북쪽 마을의 운하 골목에는 오르골 가게가 있다.
수많은 오르골이 가득 들어찬 가게는 무척이나 고요하고
찾아온 손님에게는 맞은편 카페의 커피가 배달되어 온다.
오르골 가게의 점원은 어떤 음악이든 원하는 음악을 오르골에 담아 준다.
손님 각자의 마음속에 흐르는 음악을 듣고 마음속 상처를 보듬어 주는 오르골 가게에
다양한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방문한다.
우연히 이 작은 가게에 들어온 사람들은 말로 전하지 못한 감정을 음악을 통해 전한다.
각 에피소드가 모두 따뜻하고 정겨웠지만 꿈을 향한 소녀들의 이야기를 그린 <모이다>가
가장 인상에 남는다. 책을 읽을 당시, 꿈과 현실 사이에서 고민하고 방황하는
친구들의 우정 이야기가 유독 마음속에 오래도록 남았다.
각자의 소리를 담은 4 개의 오르골이 동시에 울리면서 하나의 곡이 완성되는
장면에서는 살짝 소름이 돋기도 했다.
엄마와 아들을 위한 음악, 사랑하는 연인을 위한 이름 없는 밴드의 노래,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 좋아하는 피아노를 계속하려는 진심 어린 마음까지
잊고 있던 추억과 감정을 되살리는 각 이야기에서 따스함을 느낄 수 있다.
몇 년 전 교토 어느 골목에서 우연히 발견했던 오르골 가게가 떠올랐다.
특별한 일정 없이 발길이 닿는 대로 걷다가 발견한 그곳에서 난생처음 오르골을 샀다.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를 담은 오르골을 볼 때면
여행의 순간에 내가 느꼈던 감정과 열정으로 가득했던 지난 시간이 떠오른다.
책을 읽는 내내 오르골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다.
일상의 행복을 새삼 일깨워준 기적 같은 따스한 이야기는 촉촉한 단비가 되어
내 마음을 다정하게 적셔주었다. 하루의 힘듦을 지울 수 있게 해 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