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초반 처음 접한 일본 문화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당시 우리 사회에서는 상상조차 하기 힘든 소재의 드라마가 성행했고
문화뿐만 아니라 생활 양식에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로 인해 일본은 다방면에서
선진국이라는 이미지가 강했으며 기술과 경제 분야에서 추격해야 할 나라라고 생각했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나 일본에 대한 기대를 품고 처음 도쿄에 도착했을 땐
내가 가지고 있던 이미지와 다른 모습에 잠시 어리둥절했다.
또다시 10년이 지나고 전 세계가 팬데믹을 겪은 후 일본은 오히려 과거로 역행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왜 선진국이라 불리던 일본이 점점 퇴행하는 것처럼 느껴지게 된 걸까.
언제부터 소위 말하는 쫓는 자와 쫓기는 자의 위치가 역전된 걸일까.
또한 저출생과 고령화라는 사회 문제를 먼저 겪고 있는 일본은 어떠한 해법을 찾았을까.
다양한 질문에 대한 답을 하기 위해서 먼저 일본을 냉철하게 판단해야 할 필요가 있다.
저자는 선진국으로 도약 후 장기 침체를 겪는 일본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면서
우리는 그들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고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설명한다.
이를 위해 과거의 일본을 돌아보고 현재 일본을 이해하는 방법을 제시하며
미래 일본을 전망하여 한일 관계를 바라보는 관점을 고민한다.
책에 소개된 아토쓰기 문화나 150년이 넘은 도쿄 긴자에 위치한 기무라야 빵집의 예를 통해
가업을 유지하면서 높은 수준의 직능을 보유하는 비법의 중요성을 살펴볼 수 있다.
또한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부동산 문제에 대해서 일본의 정책과 비교함으로써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일본 특유의 'No'라고 말할 수 없는 경직된 조직 문화와 인적 네트워크를 지나치게
중시하는 조직 구조는 배척해야 할 것이다.
특히 팬데믹을 겪으면서 일본은 디지털 후진국이라는 오명을 벗지 못했다.
비대면이 일상이 되고 디지털이 주를 이루는 사회에서 여전히 팩스와 도장을 선호하는
시스템은 뒤처진다는 인상을 강하게 남겼다.
이 책을 통해 일본의 강점과 약점을 살펴보고 이익이 되는 부분은 우리 현실에 맞게 받아들일 수
있는 유연성이 필요한 때라는 걸 느꼈다. 객관적인 시선으로 어그러진 두 나라의 관계를
개선할 수 있는 방법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