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
가와무라 겐키 지음, 이영미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뇌종양 4기로 시한부 판정을 받은 나에게 나와 똑닮은 악마가 찾아와 제안을 한다.

하루를 더 살게 해주는 대신 세상에 존재하는 무언가를 하나씩 없애야 한다.

하루의 삶을 위해 무엇을 지울 수 있을까.

주인공은 자신이 살아있지 않다면 의미가 없을 거라 여기는 것들을 지운다.

알로하셔츠를 입고 등장한 악마는 초콜릿은 맛있으니깐 없앨 수 없다며

첫째 날 휴대전화를 지목한다. 세상의 전화를 사라지게 만든 다음날에는 영화를 없앴다.

첫사랑에게 진심을 전할 기회도 사라지고 그녀와 함께 한 추억과 취미도 사라졌지만

자신이 세상에 없다면 그 또한 사라져도 그만인 것들이다.

셋째 날에는 시계를 없앴면서 아버지를 떠올리게 된다. 엄마의 죽음 이후로 아버지에 대한

원망이 가득했지만 '나'의 마음속 어딘가에는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 남아있는 것만 같았다.

그리고 넷째 날, 악마는 어머니가 소중히 여기는 고양이를 지목한다.

고양이는 단순한 애완동물이 아니라 어머니의 존재를 기억하게 하는 매개체다.

아버지와 사이가 좋지 않은 지금은 어쩌면 유일한 가족일지도 모른다.

그런 존재를 사라지게 하다면 하루를 더 사는 게 의미 있을까.

동화 같은 이야기 속에 삶에 대한 깊은 고민이 담겨 있다.

일상에서 지나치는 모든 것들에 담긴 의미를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시한부라는 설정에도 불구하고 이야기는 경쾌하게 이어진다.

기대했던 반전은 일어나지 않는다. '나'는 묵묵히 이별의 순간을 준비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만나고 싶었던 사람에게 쓴 편지를 들고 언덕길을 오른다.

아버지가 사는 그 동네로.

잔잔하면서도 묵직한, 웃음이 나면서도 눈물이 나는 이야기를 통해

내게 주어진 시간과 앞으로 살아가야 할 시간들에 대해 생각해 본다.

아픔과 슬픔은 다 사라지고 내가 기억하는 모든 시간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있을 때 잘하라'라는 말을 다시 떠올리며 다정한 말 한마디를 건네보자.

먼 훗날 내 인생을 돌아보며 후회하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라면

내 가족, 내 일, 내 친구들과 함께 하는 지금 이 순간을 소중히 여겨야 할 것이다.

내가 과연 행복한가, 불행한가. 자기 자신은 잘 모른다.

다만, 한 가지 아는 건 있다.

자기가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사람은 얼마든지 행복하게도 불행하게도 될 수 있다는 것이다.

p. 21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