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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 해방의 괴물 - 팬데믹, 종말, 그리고 유토피아에 대한 철학적 사유
김형식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5월
평점 :
가끔 영화를 볼 때가 있지만 내가 보지 못하는 장르가 있다.
공포와 호러, 그리고 좀비가 나오는 영화.
그래서 천만 관객이 본 '부산행'이나 전 세계적으로 흥행한 '킹덤'은 예고편조차
제대로 보지 못했다. 내게는 공포의 대상이며 인간의 살과 피를 탐하는 괴물인 좀비.
이 책은 좀비라는 렌즈를 통해 재난 이후의 삶을 이야기한다.
저자는 좀비를 도시를 마비시킬 수 있는 거대한 재난이라 여겼고
이는 인간을 숙주로 복제한다는 점에서 감염병 자체가 될 수도 있다고 말한다.
느리게 걸어 다니던 좀비가 뛰는 좀비로 진화하듯, 감염병도 시간이 지날수록
수많은 변이를 만들어내며 인류의 생존을 위협한다.
이러한 위협은 내부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우주 행성이 지구에 떨어지거나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와는 달리
좀비는 인간이 만든 바이러스로 인해 발생한다.
그리고 감염이라는 행위를 통해 세력을 넓혀 나간다.
저자는 좀비야말로 '현실을 정확하게 분석하고 진단하여 처방을 내릴 수 있는
흥미롭고 유용한 길잡이'라고 주장하며 좀비라는 존재를 탄생시킨 세계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또한 좀비는 자본주의가 만든 괴물이라 말하며 자본주의의 무분별한 팽창과 탐욕은
감염병 괴물이 번성하기에 좋은 환경이 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이야기한다.
철학적인 내용과 좀비라는 독특한 매개체를 통해 주장을 펼쳐나가는 점이 독특했다.
저자의 주장대로면 자본주의를 지양해야 할까.
자본주의를 넘어선 세계는 감염병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
팬데믹의 기세가 꺾이고 일상으로 회복하려는 시점에서 재난의 근본적인 원인을 파악하는
건 중요한 일이라 생각한다. 우리는 그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위기 앞에서
수많은 실수와 오판을 거듭하며 더 나은 해법을 찾으려 고군분투했다.
그리고 완벽한 일상으로의 회복을 시도하고 있는 지금, 이 책을 통해
재난 이후 요구되는 윤리에 대해 심도 있게 고민해 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