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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은 어디로 사라진 걸까 - 큰 이야기 속에 격리돼 있던 작은 마음들에 관한 이야기
도하타 가이토 지음, 윤지나 옮김 / 니들북 / 2022년 5월
평점 :
거대한 위기 속에 잊혀지고 있던 개인의 삶에 대한 혼돈의 일 년을 담아낸 책이다.
임상심리학자인 저자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다시 봄의 계절 동안
코로나에 잊혀지고 있던 평범한 일상의 모습을 써 내려갔다.
팬데믹으로 인해 상대를 경계하고 불신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사라지고 있는 마음을 꺼내들었다.
저자는 마음이 사라지고 있는 이유에 대해 외로움을 꼽았다.
타의든 자의든 격리 생활이 필수가 되고 길어지면서
내 마음을 털어놓거나 상대의 마음을 들여다볼 기회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물론 팬데믹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점차 개인화되는 사회로 인해 타인의 마음을
들여다볼 기회도 여유도 줄어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언제부턴가 누군가에게 내 마음을 솔직히 보여주고
외로움에서 벗어나 깊은 공감과 위로를 받는 일이 어려워졌다.
온전한 마음을 보여주는 일이 오히려 상대를 부담스럽게 하는 건 아닌지,
하찮은 일처럼 보이는 건 아닌지, 공감대를 형성하기 어려운 문제는 아닌지,
끊임없는 물음표가 머릿속에 떠다닌다.
그러다 보니 그저 의식의 흐름대로 말을 하게 되는 것만 같다.
그래서 상대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듣고 공감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 책은 꼭 순서대로 읽지 않아도 된다. 마음이 내키는 어느 계절을 펼쳐도 좋다.
작은 마음들, 작은 이야기들은 우리가 언제든 겪게 되는 소소한 일상의 모습이니깐.
저자가 들려주는 다양한 이야기 중에서도 첫 번째 봄의 어느 이야기에서 한참을 멈춰있었다.
책 속에 짧게 소개되었지만 인생의 즐거움이 사라지고 열정과 희망으로 부풀었던 젊은 시절의
추억이 초라하게 찌그러진 것만 같았던 그날의 참담한 기분이 다시 떠올랐다.
그 당시에는 갑작스러운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현실을 외면하고만 싶었고
그로 인해 세상은 뾰족하게 느껴졌다. 돌이켜보면 그러한 시간을 무사히 지나갈 수 있었던 건
서로가 느끼는 감정을 공감할 수 있는 이들 때문이었다.
마음을 알아주고 들어주는 행동 덕분에 동질감을 느끼고 조금씩 치유받을 수 있었다.
여러 가지 사회적 여건으로 인해 물리적 거리감을 더 멀어졌지만
심리적 거리감만큼은 점점 좁혀나가고 싶은 이들에게 저자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
마음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숨어있을 뿐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