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다정한 우주로부터 오늘의 젊은 문학 4
이경희 지음 / 다산책방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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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을 땐 짧은 호흡보다는 긴 호흡으로 읽는 걸 좋아하고

특히 소설의 경우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세계관 내에서 즐겨 있는다.

고로 이 책은 내 기준에서는 결코 반갑지 않은 장르다.

약간의 불편함을 가지고 읽기 시작했지만 내 편견은 처음부터 와장창 깨졌다.

첫 단편인 <살아있는 조상님들의 밤>을 읽으면서 수없이 피식거렸고

<신체강탈자의 침과 입>에 도달해서는 큰 소리로 웃게 되었다.

그동안 SF라는 장르를 우주와 미래로 한정했던 것 같다.

시대 관습부터 직장인의 현실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SF의 세계관이

확장될 수 있다는 사실이 그저 놀라울 뿐이다.

이만큼의 세계관이라면, 그리고 이토록 유쾌한 소설이라면 장르적 한계를 뛰어넘어

SF라는 장르 그리고 단편 소설과 친숙해질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이 생겼다.

죽은 조상들이 살아 돌아오면서 끝없는 잔소리를 시전하고

우주에서는 사측의 민영화를 반대하며 노동자들의 파업이 시작되었으며

지구 멸망을 핑계로 '순수'라는 행성으로 이주하기 위해서 신도들을 포섭하는

사이비 종교까지 등장한다.

6편의 이야기는 현실적인 소재를 작가의 유쾌한 글로 풀어가며 SF의 장르적 매력을 한껏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어려움 속에서도

다음을 향해 나아간다.

처음엔 혼자였지만 앞으로 나아갈수록 타인과 관계를 맺으며 함께 한다.

인간관계에 서툴고 그저 지금에 만족하며 현재만을 살아가는 나는

앞으로 다가올 세계가 어쩌면 핑크빛일지도 모르다는 기대감을 가지고 미래를 기다려본다.

"사람들이 욕망하는 게 다들 다르니까. 현실이 한 가지 형태로 고정되지 못하고 계속 일그러지는 거예요. 중심 빌딩들은 항상 이런 식이죠. 쳐다보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욕망이 끊임없이 충돌하는 거예요."

p. 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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