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하기 싫어서 다정하게 에세이&
김현 지음 / 창비 / 202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겨울이 시작되자마자 바빠졌다.

정신없이 앞만 보고 달려오니 시간은 2021년의 끝을 향하고 있었다.

12월의 마지막 날 저녁, 모든 일을 끝내고 정신적으로 지쳐있을 때 위로가 필요했다.

아니 어쩌면 그동안 수고했다는, 열심히 살았다는 칭찬을 듣고 싶었는지 모른다.

손가락 까딱할 힘조차 남아있지 않았던 그 순간 가만히 누워 작은 책을 펼쳐 들었다.

타인의 일상이지만 그 안에서 나와 닮은 점을 찾으며 위로를 받는다.

그의 글을 읽다 보니 <일렁이다>라는 단어가 자꾸만 눈에 아른거린다.

타인의 삶에 대한 작은 단편들이 뭔가 모를 힘을 보내 준다.

살면서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일들을 이토록 다정한 글로 펼쳐낼 수 있다니

그저 부럽기만 하다.

작가는 사랑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그 안에서 폭등하는 집값이나 프리랜서의 어려움,

층간 소음과 가족에 대한 이야기 등 함께 분노하고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풀어낸다.

때로는 웃으며 때로는 안타까운 감정으로 그의 글을 따라가다 보니

고된 시간 노동의 대가로 얻게 된 몸의 통증들이 조금씩 사라진다.

지금 내게 필요한 건 휴식이었다. 가만히 누워만 있었다면 수많은 생각들 때문에

고통이 더해졌을 테지만 다정한 이야기를 읽고 있으니

머릿속까지 조금씩 정리되는 재미있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다시 한번 깨닫는다.

비록 세상은 다정할 수 없지만 그가 전해준 다정한 이야기에 따스한 온기를 느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