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을 두려워하는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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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치 않은 임신과 임신 중절. 작가는 다소 무거운 주제를 흥미진진하고 생동감 있게 그려낸다.

주인공인 브렌던은 전기공학을 전공한 후 전기 회사에서 27년간 근무했지만

매출 감소로 인한 인원 감축으로 회사를 그만둔 후 로스앤젤레스에서 우버 운전으로

생활비를 벌며 힘겨운 감정 노동의 일상을 보내고 있다.

어느 날 은퇴한 교수 엘리스가 그의 차에 타게 되면서 브렌던의 인생은 180도 변하게 된다.

엘리스를 임신 중절 병원에 내려준 후 잠시 근방에서 식사를 하고 나오다가

오토바이를 탄 괴한을 목격하게 된다. 괴한은 엘리스가 들어간 병원에 화염병을 던졌고

그 사건으로 경비원이 목숨을 잃게 된다.

그가 살고 있는 로스앤젤레스에서는 임신 중절을 두고 첨예한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임신을 원치 않은 여성들의 인권을 보호해야 한다며 임신 중절을 옹호하는 입장과

뱃속의 태아를 죽이는 건 살인이라는 반대파의 입장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이다.

더구나 브렌던의 아내는 첫 아들을 유아 급사 증후군으로 잃은 후 입양 주선 단체에서 일하며

임신 중절을 경멸하고 이후 태어난 딸 클라라는 대학 졸업 후 복지사의 길을 가고 있다.

소설 속에서는 끊임없이 대립되는 관계가 등장한다.

그저 평범하게 하루를 살아가던 브렌던은 어느 날 갑자기 대립의 축에 서게 된다.

소설은 끊임없이 내게 질문을 던졌고 임신 중절이라는 행위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나는 과연 어느 쪽을 응원하고 있을까. 찬성이냐 반대냐. 많은 나라에서 심각한 갈등 양상을

보이는 중차대한 사회 문제에 대해 쉽게 결정을 내릴 수는 없었다.

하지만 내 시선은 줄곧 브렌던의 입장을 따라갔고 그의 결정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작가는 사회 갈등을 그려내면서 로스앤젤레스 최고의 자산가를 빌런으로 등장시킨다.

임신 중절 옹호 단체와 반대 단체에 똑같이 거액을 기부하고 양측을 교묘하게 이용하는

악당의 등장에 상황은 긴박하게 돌아가게 된다.

현실을 반영한 사회 문제와 자신들의 주장을 위해서라면 폭력과 테러를 서슴지 않는

단체들의 활약은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쉽게 답을 낼 수 없었던 질문에 대해서는 이 책을 다 읽고 나서야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어떠한 상황이든 여성의 자기결정권이 중요하다는 것.

결론을 내리고 나니 마음이 조금이나마 후련해진다.


"잠시 무엇에 홀린 듯 인생의 끝장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긴 했어요."

"어떻게 다시 정신을 수습했어요?"

"어둠이 무서웠어요."

p. 140

"직접 겪은 일이지만 제가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한 일이었죠. 제 몸과 제 운명을 스스로 선택한 거예요. 인생에서 중대한 선택을 하고 나서 얻게 되는 결과는 매우 복잡하죠."

p. 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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