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의 높은 산
얀 마텔 지음, 공경희 옮김 / 작가정신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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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믿음이 깨져버린 세 남자가 각자의 운명을 마주하며 회복해 나가는 여정을 담고 있다.

총 3부로 나누어져 1부 <집을 잃다>는 1904년 아내와 아들, 아버지까지 잃은 후

상실의 분노를 표출하기 위해 세상을 등지고 신을 등지며 뒤고 걷게 된 토마스가

기독교 역사를 바꿀 십자고상을 찾아 포르투갈의 높은 산으로 떠나는 여정을 그린다.

2부 <집으로>는 1939년 아내를 잃고 포르투갈의 높은 산 인근에 사는 병리학자 에우제비우와

늦은 밤 남편이 어떠한 삶을 살았는지 알려달라며 남편의 시신을 가지고 찾아온

노부인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마지막 3부 <집>은 1980년대 아내와 사별한 캐나다 상원 의원 피터가 모든 것을 정리한 후

침팬지 '오도'와 함께 그가 태어난 포르투갈의 높은 산으로 떠나 평화로운 삶의 끝을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를 전해준다.

각 이야기는 서로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묘하게 이어져 있다.

토마스는 험난한 여정 끝에 예수의 모습이 아닌 침팬지 형상이 있는 십자고상을 발견하게 되고

에우제비우를 찾아온 노부인은 침팬지와 새끼 곰이 든 남편의 시신을 가지고 오며

피터는 침팬지 오도와 함께 하는 일상에서 토마스가 발견한 십자고상을 보게 된다.

각 이야기에는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과 포르투갈을 향한 여행, 그리고 침팬지가 공통으로 등장한다.

이 책에 등장하는 포르투갈의 높은 산은 실제로 존재하는 곳일까.

아니면 이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 은유적 장소일까.

절대적인 믿음이 부서지고 나약한 한 인간이 속절없이 허물어지는 그 순간

구원을 바라는 이들은 포르투갈의 높은 산을 향한다.

마차가 주 교통수단이었던 당시에 갑자기 등장한 자동차는 다소 엉뚱했고

남편의 시신을 자신의 집이라 여기는 노부인은 괴기스럽다.

버팀목이 사라진 이들은 그럼에도 삶을 향한 투쟁을 이어나간다.

작가가 전해준 이야기를 통해 각자가 존재의 정체성을 찾고 이해해야 할 것이다.


토마스는 운전석에 올라탄다. 그는 떠나고 싶다.... 토마스는 흐느끼기 시작한다.... 그가 흐느끼는 이유는 그의 시련이 절반만 끝나서다... 그가 흐느끼는 이유는 이제는 발견한 게 달갑지 않은 십자고상을 발견해서다. 그가 흐느끼는 이유는 아버지가 보고 싶어서다. 그가 흐느끼는 이유는 아들과 연인이 그리워서다... 그가 흐느끼는 이유는, 이유는, 이유는.

p. 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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