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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의 허리 가우디의 뼈 - 탐정이 된 의사, 역사 속 천재들을 진찰하다
이지환 지음 / 부키 / 2021년 9월
평점 :
이 책은 최근에 읽었던 책 중 가장 호기심을 자극한 책이다.
현직 의사인 저자는 세종대왕, 도스토옙스키, 니체, 모차르트 등
과거 천재들을 괴롭혔던 질병을 추적하여 질병이 그들의 삶과 작품에 미친 영향을 이야기한다.
천재들이 살았던 당시의 의학은 지금의 수준과 비교하면 한참 뒤떨어진다.
따라서 이들이 앓았던 질병에 대한 정확한 진단도 객관적 기록도 부족하다.
저자는 천재들이 살았던 당시 시대상, 주변인들의 증언,
소설이나 그림, 음악과 같이 그들이 남긴 작품을 토대로 합리적인 추리를 한다.
이러한 접근 방식 자체가 무척이나 흥미롭고 재미있다.
저자는 다양한 증상과 단서를 종합해 진단을 내리는 의사와,
증거를 수집해서 사건을 해결하는 탐정의 일이 비슷하다고 말하며
직접 탐정이 되어 역사 속 천재 10명이 앓던 질병의 정체를 밝혀낸다.
세종대왕이 운동을 멀리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인상파 화가 모네의 말련 화풍이 변했던 이유,
러시아의 대문호 도스토옙스키가 도박에 중독된 이유, 그리고 철학자 니체가 친구의 소에 의해
정신 병원에 입원하게 된 이유 등을 각종 기록과 시각 자료를 기반으로 하여 설명한다.
워낙에 탄탄한 역사적 배경 설명 때문인지 저자의 추리를 따라가는 과정이 흥미진진하고
그가 내린 결론은 묘하게 설득력이 있다.
누구나 알고 있는 익숙한 역사적 인물을 대상으로 선정하고
명확하지 않은 부분을 추리 소설처럼 풀어나가는 방식이 독특하면서도 재미있다.
또한 추측이나 짐작이 아니라 다양한 문헌과 기록을 바탕으로
객관적 근거와 이유를 들어 질병을 진단하고 역사적 인물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전해준다는 점도 이 책을 끝까지 재미있게 읽는 데 도움이 되었다.
다소 복잡하고 광범위한 인물사를 의학이라는 새로운 관점에서 접근한 참신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