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는 나의 민원인 - ‘외곽주의자’ 검사가 바라본 진실 너머의 풍경들
정명원 지음 / 한겨레출판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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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 차 검사지만 출세하고 싶지 않은 현직 검사가 전해주는 직업인으로서

검사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는 책이다.

뉴스에 나오는 검사들을 보면 더 이상 사법권을 믿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하지만 떠들썩한 검사들은 전체 검사의 10% 정도이며 나머지 검사들은 '회사원'으로서

각자의 자리에서 묵묵히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이 책에는 범죄 조직을 일망타진하고 거대한 비리 세력과 맞서 싸우는

환상 속의 검사가 아니라 야근도 많고 재판 도중에 울기도 하는 직업이 검사인 보통 사람들의 삶을 보여주고 있다.

저자의 인생 스토리를 읽으며 세상에는 정말 온갖 사람들이 다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재판 도중 사라진 피고인이나, 본처랑도 살고 자기랑도 살게 해달라는 민원인이나,

사랑싸움에 부를 지른 커플 등 내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또한 그동안 궁금했던 검사들의 보자기나, 일하는 엄마의 고충, 오래된 꿈까지 지극히 현실적인 일상을 알게 되었다. 모든 검사라 출세지향적이며 성공을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는 오해는 말끔히 사라졌다. 끊임없이 밀려드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밥벌이를 하는

고단한 직장인의 비해가 잘 느껴진다. 그리고 형사 법정이야말로 그 어느 곳보다

인간 세상의 희로애락이 담겨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기소보다는 불기소를 잘하는 검사가 되었다. 그리고 민원인들과 부딪히면서

자신도 위로받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한다. 불기소를 잘하는 검사라는 평가가

검사라는 위치에서는 불리하지만 힘없고 외로운 보통 사람들에게는 삶에 대한 희망의

기회를 줄 것이다.

억울한 사람이 없도록 진실에 다가가려 고군분투하는 보통의 직업인으로서 검사로 살아가는 사람들. 그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는 책이다.

나의 민원인들은 끊임없이 내가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제기하며 나와 함께했다. 어떤 날은 화를 내고 어떤 날은 그들을 달래면서 실은 나도 위로받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세상의 모든 요구에 답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며, 답이 아니라 다만 관계로서만 존재하는 요구도 어딘가에 있다는 사실, 우리는 서로 답답하고 복장 터지는 관계였지만 어쩌면 그 시절 서로의 안부를 궁금해하는 유일한 벗이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15년쯤 지난 어느 날 해보는 것이다.

p. 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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