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 시절 우연히 본 수어가 어른이 되어 취미 이상의 의미를 갖게 되었다.
그리고 그 관심은 어느새 농어인들의 삶과 문화까지 넓게 퍼지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어렵고 힘든 수어에 입문하면서 깨닫게 되는 일상의 이야기를 전해준다.
수어는 단순히 손으로 대화를 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생각만큼 단순하지 않다는 걸
이 책을 읽고 알 수 있었다. 손동작은 물론 얼굴 표정까지 온 근육을 사용해야 한다니
급기야 시각적이면서도 입체적인 이 언어를 처음 만든 사람이 누군지 궁금해졌다.
수많은 글자와 숫자를 손과 표정으로 어디까지 표현할 수 있을지,
손 모양, 표정, 몸짓으로 대화하여 농인과 청인을 연결하는 낯선 언어의 매력은 무엇일지
그들의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저자는 수어 또한 외국어를 배우는 것과 비슷하다고 말한다.
처음에는 낯설고 서툴지만 배우는 시간과 노력만큼 보고 듣고 읽을 수 있게 된다.
영화 에세이스트인 저자는 실제로 배우면서 느낀 감정을 진솔하고 담담하게 이야기하면서
농인들의 세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영화와 다큐멘터리를 함께 소개하고 있다.
장애인의 언어가 아니라 어린 시절의 기억을 떠올리며 좋아서 하는 일의 기쁨을 전해준다.
수어의 매력은 그 어떤 언어보다 솔직하고 직접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점이다.
거짓말과 독한 말들로 어지러운 세상에서 솔직한 수어의 매력에 조금씩 물들어 간다.
다양한 목적을 가진 사람들이 같은 언어를 배우기 위해 모인 수어학원에서 수어를 배우면서
실패를 거듭했지만 수업이 끝나면 뿌듯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가는 저자의 뒷모습이
눈앞에 그려진다. 낯선 언어와 그 언어가 펼쳐지는 새로운 공간에 대한 이야기는
내가 살고 있는 좁은 세상에서 벗어나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할 수 있게 해준다.
내 안에 있는 편견을 깨고 불편함이 가진 긍정의 힘을 생각할 수 있게 해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