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지 않는 도시 - 세상 모든 사랑은 실루엣이 없다
신경진 지음 / 마음서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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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씩 집안 어른들을 만나면 내 결혼 여부가 큰 관심사가 된다.

차라리 안부 인사처럼 묻고 지나가면 다행이다.

결혼을 해야 하는 이유부터 아이를 낳아야 할 의무가 있다는 주장까지

말없이 그냥 듣고만 있기엔 엄청난 인내심이 필요하다.

어르신들의 주장이 틀린 건 아니지만 난 결혼이란 타이밍이라고 생각한다.

20대에는 결혼을 꼭 해야 한다고 생각했었고

30대에는 결혼은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라고 생각했으며

40대에는 언젠가 할 때가 되면 하겠지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렇다고 비혼주의도 아니다. 어쩌다 보니 결혼할 타이밍이 어긋났을 뿐이다.

이 책에서는 시대에 따라 달라진 결혼관을 보여준다.

서울을 배경으로 과거와 현재, 혹은 가까운 미래의 결혼 양상을 그려낸다.

세 쌍의 남녀가 보여주는 로맨스는 결혼의 현실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어린 시절에는 결혼에 대한 환상이 있었다.

맞춤식으로 짜인 형태였지만 누구나 다 그렇게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분위기에 휩쓸려 결혼을 약속했던 사람과 행복한 가정을 꿈꾸기도 했다.

하지만 사회생활을 하게 되고 결혼이 현실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내가 아직 결혼을 할 준비가 되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소설 속 다양한 등장인물 중 사랑을 즐기는 자유연애주의자 '한나'의 모습에

공감할 수 있었던 건 이런 깨달음 때문일 수도 있다.

물론 결혼을 통해 든든한 내 편이 있다는 안정감을 느끼고 함께 행복한 미래를 만들어 갈 수 있다.

하지만 인생에 정답은 없다.

각자의 상황에 맞게 그 순간 가장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할 뿐이다.

소설 속에서 결혼에 대한 환상을 심어주지 않아서 좋았다.

자발적 비혼모와 성적 소수자 등 언제나 편견과 싸워야 하는 이들의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주고 있어 좀 더 감정을 이입할 수 있었다.

아직은 결혼보다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끼고 싶다.

시대가 변함에 따라 연애와 결혼의 형태는 달라졌지만 다양성을 존중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반갑게 느껴지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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