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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 않기 위해 쓴다 - 분노는 유쾌하게 글은 치밀하게
바버라 에런라이크 지음, 김희정 옮김 / 부키 / 2021년 6월
평점 :
체험형 글쓰기를 강조하는 저널리스트 바버라 에런라이크가 35년간 기고했던
칼럼을 이 책 한 권에 모았다. 6가지 주제로 나누어 그녀가 생생하게 경험했던
삶의 현장의 모습을 가감 없이 날카롭게 엮었다.
그녀가 쓴 글은 소외된 자들의 현실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무섭고 예리하다.
또 한편으로는 읽을수록 빠져드는 묘한 매력이 있다.
평범한 사람들의 고단한 삶을 몸소 경험하고 그 안에서 저널리스로서
날카로운 시선으로 부조리와 부당함을 고발한다.
힘이 있는 글이란 이런 글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현장에서의 글쓰기는 공간적 제한이 없다.
노동, 빈곤, 페미니즘, 복지, 계층, 양극화 등 사회 전반에 걸쳐
만연해 있는 문제를 실질적으로 파고든다.
그녀는 자신의 암 진단 경험을 공유하며 긍정주의와 신자유주의의 공생 관계를
이야기하고, 1990년대 후반 빈곤을 주제로 실제 노동시장의 생태를 취재하며
가난하기에 돈이 더 많이 필요하고 그래서 더 일해야 하는 슬픈 빈곤의 현실을 낱낱이
파헤쳤다.
물론 고달픈 현실에 대해서만 이야기한 건 아니다.
늘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 일이 적절한 태도인지,
2010년대 우후죽순으로 쏟아지던 마음챙김 유행에 대해서도 비판 어린 시선을 제기한다.
그녀는 사회의 밑바닥을 지탱해 주는 이들의 부조리한 삶에 분노하고
지금의 사회적 위치가 영원하지 않으며 누구도 경제적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며 자신의 말과 행동을 끊임없이 되돌아보려 노력한다.
분명 오래전 그녀가 쓴 글이지만 현재에도 묘하게 닮은 부분을 찾아볼 수 있다.
급격하게 벌어진 경제적 양극화나 인종 차별과 갈등 등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다양한 문제들은
이미 과거부터 이어져 온 것들이다. 이런 문제들이 전혀 해결되지 않았다는 사실에
씁쓸함을 느끼며 그녀의 날카로운 시선을 다시 한번 대입해 볼 수 있다.
'현실에 지지 않기 위해 쓰겠다'라는 그녀의 다짐은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꾸는 도화선이 된다.
가려진 진실을 세상에 드러낸 그녀의 글을 통해 글쓰기에 담긴 선한 힘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