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의 땅에서 희망을 찾아 다른 사람이 되기로 한 어느 여성의 이야기이다.
국가적 폭력이 지배하고 정부에 헌신하는 대가로 부와 권력을 취하는 이들이
난무하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묘사하며 힘없는 한 인간이 극한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는 일상을 그려내고 있다.
국제 유가 폭락으로 경제마저 공황 상태에 빠진 베네수엘라는 심각한 경제 위기로
폭력과 약탈이 일상이 되어 버렸다. 아델라이다 팔콘은 유일한 가족이었던 어머니의 장례식 후 자신의 아파트로 돌아왔지만 그곳은 자치를 담당한다는 보안관 일당에게 점령당했다
무자비한 폭력을 휘두르며 그녀의 삶을 완전히 빼앗은 악당들을 피해 그녀는 이웃집 문을 두드린다.
잠겨있지 않은 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이웃집 여자는 바닥에 널브러진 채 숨져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는 이웃집 여자에게 스페인 여권 발급이 허가되었다는 우편물이 있었다
어쩌면 지금 이 순간이 기회일지도 모른다. 그녀가 죽었다는 사실은 아무도 모를 것이다.
조용히 시체를 처리하고 그녀의 신분을 훔친다면 새로운 땅에서 삶을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아델라이다가 신분을 훔치기로 결정한 순간부터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
무사히 집 밖으로 나가 공항까지 갈 수 있을지, 공항 검색대에서 정체가 들통나지 않고
비행기를 타고 이동할 수 있을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그녀의 탈출을 지켜보았다.
이런 상황이라면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우연히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면 내 선택은 어땠을까.
아델라이다가 처한 상황을 이해한다면 누구도 그녀의 결정을 비난할 수 없을 것이다.
자신의 집은 덩치 큰 보안관 여자들에게 빼앗겼고 아파트 밖에서는 총성이 난무하며
이 도시에서 하루하루 목숨을 부지하는 것조차 기적처럼 보이는 그곳에서 탈출할 수 있다면
도덕적으로 비난받겠지만 눈앞의 천금같은 기회를 결코 버릴 수 없을 것이다.
잔혹한 현실에서 인간의 본성과 삶에 대한 맹목적인 의지를 동시에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