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전 결혼식 당일 사라진 신부에게 보내는 애틋한 편지인 줄로만 알았다.
우연히 페이스북을 통해 발견한 그녀에게 왜 그때 나타나지 않았는지 아쉬움을 담은
사연이라 생각했다. 정중하고도 예의 바른 그의 편지에 차분히 답장을 보내는 그녀.
편지 형식의 이야기는 두 사람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사라진 신부 때문에 오랜 시간 악몽에 시달리고 결국에는 죽었다 생각했던 그 남자는
페이스북에서 우연히 발견한 그녀의 사진을 보고 그동안 눌러왔던 감정을 터트리며
그녀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그녀를 향한 절절한 고백과 안타까움은 애틋한 사랑 이야기를
상상하게 만든다.
그러나 두 사람의 메시지가 계속되면서 그녀가 나타나지 않은 이유가 밝혀졌을 때
온몸에 소름이 돋아났다. 더구나 이야기가 실제 경험담이라고 하니 오싹함이 배가 되었다.
짧은 분량이라 가볍게 읽으려 했지만 마지막 충격에는 한동안 정신이 멍했다.
마지막 페이지를 읽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갔다. 다시 읽기 시작했을 땐 전혀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절절한 러브레터는 기억에서 지워지고 편지의 첫 줄부터 공포스러웠다.
내가 그녀라면 결코 답장 따윈 보내지 않았을 것이다.
추리/미스터리 소설을 자주 읽지만 오랜만에 반전을 예측하는 데 완전히 실패했다.
완패했지만 순순히 인정할 수밖에 없는, 기분 좋은 패배를 안겨 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