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이 마중하는 세계에서 - 병원 밖의 환자들이 내게 가르쳐준 것들
양창모 지음 / 한겨레출판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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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진의사 양창모가 전하는 가장 먼 곳의 통증과 아픔에 대한 이야기다.

21세기에 같은 하늘 아래 살고 있는 게 맞는지 몇 번이나 다시 읽었다.

내가 얼마나 좁은 세계에 갇혀 있는지 새삼 알 수 있었다.

수많은 '없는' 이유 때문에 기본적인 진료조차 제대로 받을 수 없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을 찾아 나선 왕진의사가 전하는 이야기는 자꾸만 미안한 마음이 들게 한다.

도시에서 나고 자라면서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이 누군가에게는 간절하지만 당연하지 않다는

현실을 알게 되었다. 조금만 불편해도 병원을 찾았고 내 아픔에 더 귀를 기울여 주길 기대했고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불만 가득한 마음으로 내가 내는 건강보험료만 떠올렸다.

왕진의사가 찾아가야만 했던 환자들은 이런 내 모습을 부끄럽게 만들었다.

진료실 너머의 기록은 가난과 소외의 기록이었고 우리 사회가 함께 풀어가야 할 커다란 문제를

던져주었다. 의사 개인으로서 경험을 이야기하면서 왕진을 통해 병이 아닌 사람을 마주할 수 있었고

누군가의 고통이 그가 살아온 삶을 보여준다고 말한다. 또한 민간 의료와 공공의료의 문제점과

의료의 공공성 등 의사라는 직업의 본질적인 역할에 대해서도 날카로운 화두를 던진다.

그의 이야기는 기존 '의사'에게 가지고 있던 불편한 시선을 한껏 누그러뜨려준다.

세상에 이런 의사도 있구나, 이런 의사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기대를 갖게 만든다.

타인의 고통과 아픔을 돈과 교환해야 하는 현실을 거부하고 일에 대한 가치를 사람에게서 찾으려

하는 왕진의사의 이야기는 사람이 중요하다는 중요한 진실을 다시 일깨워준다.

사회의 시선이 닿지 않는 곳에서 세월의 무게를 짊어진 사람들을 찾아가서 마주하고

그들의 아픔을 덜어주기 위해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간다. 고단한 삶의 흔적을 위로하고

어루만져 주는 왕진의사의 따스한 손길을 느끼며 이제라도 세상과 이웃에 관심을 가지려 한다.

돈이 없어서 고통을 참아야만 하는 사람들에게 최소한의 도움의 손길을 주기 위해

우리 사회 모두가 고민하고 좋은 해법을 찾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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