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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류 지음, 양억관 옮김 / 작가정신 / 2021년 4월
평점 :
절판
열일곱 살 청춘들의 찬란하고 재기 발랄한 그들만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무라카미 류는 1969년 격동의 시절에 미군 기지가 주둔하던 작은 도시를 배경으로
청춘들의 솔직한 이야기를 보여준다.
내가 태어나기도 한참 전의 시대는 혼란 그 자체였다.
인류가 공식적으로 달에 발걸음을 내디뎠고 미국은 베트남 전쟁의 구렁텅이에 빠져 있었으며
반전 운동이 절정에 달하고 히피족들이 등장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청춘들은 반미를 외치면서도
미국 문화와 스타에 열광했고 이성에 대한 호기심을 여과 없이 드러낸다.
주인공 고등학교 3학년인 '겐'은 친구들과 함께 페스티벌을 기획한다.
이를 위해 영화를 제작하고 연극을 기획하며 음악이 있는 그들만의 축제를 벌이면서
청춘의 한 시절을 보낸다. 그들의 엉뚱하면서도 유쾌한 모습이 그저 부럽기만 하다.
나는 왜 이들처럼 한 시절을 보내지 못했을까. 뚜렷한 기억 한 조각을 남겼으면 좋았을 텐데라는
아쉬운 생각이 자꾸만 든다. 세월이 흘러 치기 어린 젊은 날을 그리워하고 가끔은 부끄러운 마음에
어디론가 숨고만 싶은 그런 기억들 말이다. 흐릿한 잔상으로도 남아있지 않은 청춘의 시간.
욕망에 충실한 겐과 친구들이 부러운 건 당연한 건지도 모르겠다.
이들은 자신의 감정에 충실하고 권위를 내세우는 학교와 사회에 맞서지만
정의의 사도도 아니고 착하지도 않으며 영악하기까지 하다.
좋아하는 여학생의 마음에 들기 위해 학교를 바리케이드 봉쇄하는 엄청난 사고를 치기도 하지만
무모할 정도로 순수하고 열정 넘치는 청춘들의 모습에 그저 웃음만 난다.
청춘의 이야기를 읽고 나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한 번 사는 인생, 뭐가 중요할까.'
삶에 지쳐 잊고 있던 의미를 다시 한번 찾아야 하지 않을까.
겐짱과 친구들처럼 인생을 즐겁게 살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