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을 걷는 밤 - 나에게 안부를 묻는 시간
유희열.카카오엔터테인먼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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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하지 않아 참 고마운 동네에서

천천히, 마음과 기억의 시차가 좁혀져간다.

p. 16

도시의 밤거리를 걸어본 적이 언제였을까.

해가 질 무렵 하나둘씩 켜지는 불빛을 바라보며 온전히 걷는 일에 집중했던 시간들.

그 당연했던 시간들이 이제는 참 소중한 추억이 되어 버렸다.

유희열이 전하는 산책길 토크는 아련하면서도 그리운 기억을 떠올리게 해준다.

언젠가 어릴 적 살던 동네를 우연히 걸어간 적이 있었다. 어릴 땐 모든 것이

다 크게만 느껴졌는데 담벼락도 골목길도 내 기억보다 훨씬 작아져 있었다.

이 책에는 내가 좋아하는 거리 풍경이 소개되어 있다. 그가 소개하는 풍경과

내 기억이 겹쳐지면서 여행자가 된 듯한 기분에 한껏 빠져들게 된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서울 도심의 거리는 낮이든 밤이든 언제 걸어도 참 좋다.

직접 걸어야만 비로소 그 길을 알게 되고,

천천히 걸어야만 보이는 풍경이 있다는 걸

밤을 걷는 내내 깨닫고 또 깨닫는다.

p. 61

가 자주 걷는 길이 있다. 종로 5가에서 효제초등학교 방향으로 걸으면 이화 사거리가

나온다. 거기서 대학로를 방향으로 걷다 보면 낙산공원으로 향하는 안내판을 볼 수 있다.

낙산공원으로 향하는 언덕을 오르면 어느새 탁 트인 도심의 전경을 볼 수 있다.

아무 생각 없이 한참을 내려다보고 있으면 마음이 고요해진다. 잠시나마 세상에서

동떨어진 기분을 느끼고 크게 숨을 쉬고 나면 다시 앞으로 나아갈 힘이 생긴다.

살다 보면 때때로 돌이킬 수 없는 순간과 맞닥뜨린다.

그럴 때는 힘들어도 잠깐 쉬었다가

다시 앞으로 나아갈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

그냥 그렇게, 순리대로 이리저리 떠밀리다 보면

어딘가에는 도착하게 된다.

p. 111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한 책은 나를 추억으로 데려가 주었다.

나보다 먼저 길을 걸어간 그는 인생의 갈림길에서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는 따스한

말을 건넨다. 순리대로 걷다 보면 어딘가에 도착해 있을 거란 그의 말이 오래도록

가슴에 남는다. 지금 내가 있는 이 길이 결코 잘못 들어선 길이 아니라고 응원해 주는

것만 같다. 잠시나마 모든 걸 다 잊고 쉬고 싶었던 순간에 만난 책이다.

그와 함께하는 밤 산책 동안 몸도 마음도 한결 가벼워졌다.

나에게 안부를 묻는 따스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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