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내가 주어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었다
김삼환 지음, 강석환 사진 / 마음서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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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남편과 아내는 고속도로를 달려 속초를 향해 가족 여행을 가고 있었다.

고속도로 터널을 나온 순간 갑자기 아내는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떠나갔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순간에 제대로 손쓸 틈도 없이 벌어진 일이다.

그날 이후로 남겨진 남편은 한없이 걸었다.

그리고 살아생전 아내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낯선 나라로 떠났다.

그렇게 그는 떠난 아내의 자리를 보듬고 기억하고 달래며 이별의 아픔을 이겨냈다.

이 책에서 전해주는 남편의 이야기는 슬프지 않다. 그저 가슴이 먹먹할 뿐이다.

상실의 순간을 경험한 이들이라면 말없이 그의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영원한 이별 앞에서 그는 아내와의 약속을 잊지 않았다.

외국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봉사를 하고 싶었던 아내의 소망을 대신 이루며

남편은 다시 살아갈 힘과 활력을 얻었다.

낯선 사막의 땅 우즈베키스탄에서 담담하게 보내는 그의 하루를 따라가며 슬픔을 달래는

법을 배운다.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한 곳에서의 생활은 불편하고 어색했지만

차츰 익숙해지면서 고독과 그리움을 벗 삼아 조금씩 이별의 아픔을 받아들인다.

아내와 함께 했던 오지 여행의 추억들을 기억하며 들뜬 목소리로 다시 여행을 오자고 말하던

아내의 얼굴을 떠올린다. 그렇게 타국의 학생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며 계절을 보내고

남편은 다시 한국으로 돌아온다. 떠나기 전 슬픔은 사막에 묻어두고

평온함으로 채워진 마음을 안고 원래의 자리로 돌아온다. 그렇게 그는 고통을 이겨냈다.

감정적이지 않은 그의 고백이 더 마음에 오래 남는다.

아내는 먼 곳으로 떠나면서 남편에게 새로운 삶의 기회를 안겨 준 것이라 믿는다.

몇 달 전 혼자 감당하기엔 큰 시련을 겪었다. 어쩌면 내 곁을 떠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밤잠을 설쳐가며 아등바등하던 때가 있었다. 나이가 들수록 약해져가는 모습을 볼 때면

솔직히 무서웠다. 그 시간들을 겪으며 내가 얼마나 나약한 인간인지 다시 한번 깨달았다.

아직 나는 누군가를 떠나보낼 준비가 되지 않았다. 언젠가 상실의 시간이 온다면

담담하게 견딜 수 있을까. 이 책을 읽으며 지난 시간 혼자 감당해야 했던

상처와 아픔이 조금은 치유되는 기분을 느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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