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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이 좋아졌어 - 평범한 직장인에서 산 덕후가 된 등산 러버의 산행 에세이
산뉘하이Kit 지음, 이지희 옮김 / 인디고(글담) / 2021년 3월
평점 :
표지부터 산의 향기가 묻어나는 것만 같다. 마음이 답답할 땐 도시 곳곳을 달리던
평범한 직장인에서 등산 덕후가 된 저자의 이야기를 통해
그동안 이해할 수 없었던 산의 매력을 조금씩 알게 되었다.
어머니의 죽음과 상실감을 잊기 위해 시작한 등산은 새벽 산행, 야간 산행, 산속 캠핑에
트레킹까지 점차 범위를 넓혀갔다. 산을 사랑하는 한 사람의 마음을 온전히 느낄 수 있었다.
그녀는 산을 오르내리며 마음가짐이 가장 달라졌다고 고백한다.
복잡한 현실에서 벗어나 산을 만나게 되면서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고
사시사철 변하는 자연 앞에서 겸손한 마음을 갖게 되었다고 말한다.
그녀의 고백을 들으며 왜 내가 산을 두려워하게 되었는지 생각해 보았다.
10여 년 전 연구실 전체가 도봉산 등반을 했던 적이 있었다.
연례 행사였는지 그 해에만 간 건지 확실히 기억나지 않지만 교수님 보폭에 맞춰
시작된 등산은 산에 대한 두려움을 갖게 만들었다. 근성 없다는 말을 듣고 싶지 않아
내 속도는 무시한 채 창백한 얼굴로 정상에 올랐다. 절경을 감상할 틈도 없이
다음 일정을 위해 급하게 산을 내려왔고 며칠 동안 내 몸은 후유증에 시달렸다.
그날 이후로 내게 산과 바다 중 하나를 고르라면 숨도 쉬지 않고 바다를 선택했다.
산을 올라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사실이 하나 있다. 산행에서 가장 힘든 건 오래 걷는 게 아니라 자기 속도가 아닌 다른 속도로 걷는 일이다.
p. 75
작은 발전에도 만족할 수 있게 된 자신을 마주했다. 그녀의 고백에 조금씩 산에 대한
마음이 열리는 듯하다. 나도 나를 더 좋아하고 싶으니깐. 스스로에게 더 확실한
믿음을 갖고 싶으니깐.
산에서 마주한 사람들, 그들과 함께한 순간들이 글과 사진으로 담긴 책을 읽으며
내가 가진 편견과 트라우마를 깨고 싶다는 충동을 느꼈다.
아직은 바깥 활동이 자유롭지 않은 시기지만 다시 예전의 일상으로 돌아가게 된다면
등산이라는 새로운 도전을 해보려 한다. 내게 작은 용기의 씨앗을 전해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