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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서는 베르사체를 입고 도시에서는 아르마니를 입는다 - 패션 컨설턴트가 30년 동안 들여다본 이탈리아의 속살
장명숙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1월
평점 :
대한민국 최초 밀라노 패션 유학생인 저자가 전해주는 이탈리안 라이프 스타일을
엿볼 수 있는 책이다. 코로나 시대에 해외여행은 꿈도 꾸지 못하는 현실에서
잠시나마 유럽을 여행하는 듯한 기분을 느끼며 기분 좋게 읽을 수 있었다.
밀라노가 세계 제일의 패션 도시로 성장하게 된 배경과 여태껏 알지 못했던
이탈리아의 숨겨진 매력까지 다양한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이탈리아를 지도에서 찾아보면 긴 부츠 모양으로 남북으로 긴 반도 국가를 형성하고 있다.
지리적 위치와 흥이 많은 민족성 때문에 우리나라와 비슷한 성향을 가진 국가로
비교되고 있지만 물리적 거리만큼 두 나라의 문화는 확연히 다르다.
저자는 비슷하면서도 다른 이탈리아의 문화와 생활양식을 재미있게 유쾌하게 알려준다.
이탈리아와 패션을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명품이다.
명품은 단지 고가의 제품이 아니라 사회의 패러다임을 반영하면서 발전하였다.
특히 여성의 사회적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남성의 전유물이었던 바지가 여성들을 위해
디자인되기 시작했다. 이때 등장한 브랜드가 아르마니, 프라다, 크리스챤 디올, 샤넬 등이다.
평소 명품에 그다지 관심을 갖지 않았지만 내가 처음 명품 브랜드의 가방을 구입한 건
오래 다녔던 직장을 퇴사한 날이었다. 명품이라는 가치가 주는 무게감 때문이었을 것이다.
쉽게 가질 수 없는 무언가를 기념으로 남기고 싶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프라다의 큰 가죽 가방이었다.
난생처음 명품관을 돌아다니면 내 수고에 걸맞은 가방을 고르던 그날의 기억이 아직도 떠오른다.
몇 년이 지났지만 그때 산 가방은 아직도 값어치를 충분히 하고 있다.
저자에게 밀라노는 마음의 고향이다. 첫인상은 차가웠지만 이제는 그 어떤 곳보다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이탈리아의 다양한 일상을 이 책을 읽으며 함께 느낄 수 있었다.
밀라노 거리에 서울 거리 이름을 붙여가며 돌아다니기도 하고 와인 강박증 때문에 오히려
와인을 기피했던 경험까지 솔직한 이야기를 들으며 그녀의 30년 이탈리아 삶에 푹 빠져 본다.
진짜 이탈리아를 만날 수 있는 행복한 시간이었다.
패션 산업이란 끊임없이 색과 모양과 질감을 바꿔 새로운 상품을 제시해야 하는 세계이다. 그곳에서 타고난 천재성과 현실 감각을 발휘해 여성의 삶의 질을 바꾸는 데 기여한 디자이너들. 이들의 브랜드에 '명품'이란 이름을 붙여 경의를 표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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