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를 삼킨 소년
트렌트 돌턴 지음, 이영아 옮김 / 다산책방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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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살 소년이 감내하기에 힘겨운 환경 속에서도 좋은 사람이 되려는 소년과

그를 사랑하는 가족의 성장기를 담고 있다.

엘리의 가족은 조금 특별하다. 책을 읽거나 술을 마시는 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아빠 로버트, 훌륭한 사람이 되고 싶었지만 마약에 빠져든 엄마 프랜시스,

엄마를 마약에 빠지게 만들었다가 다시 마약에서 구해낸 새아빠 라일, 세상과 말을 하지

않고 허공에 글을 쓰는 형 오거스트. 그리고 형이 쓰는 글을 알아볼 수 있으며

신문사의 범죄부 기자를 꿈꾸는 특별한 소년 엘리.

형이 처음부터 말을 못 한 건 아니다. 여섯 살 이후 사고를 계기로 말을 하지 않게 되었다.

그마저도 특별하게 여기는 엘리는 몸은 아이지만 마음은 어른인 소년이다.

이들에게는 특별한 베이비시터가 있다. 두 형제를 돌보는 70대 노인 슬림은 악명 높은

전설의 탈옥수다. 하지만 그는 엘리에게는 둘 도 없는 진실한 친구이기도 하다.

엘리는 슬림의 권유로 교도소에 편지를 보내고 있다. 자신의 일상을 자세하게 쓰면서

갇혀 있는 누군가에게 바깥세상과의 통로 역할을 하면서 말이다.

나중에 이 편지로 만난 인연은 엘리의 인생에 큰 도움을 주게 된다.

어린 소년들이 자라는 환경이 이토록 절망적이라니.. 이 아이들이 어떤 어른이 될까라는

기대보다는 과연 이 아이들의 신변에 문제가 없을까라는 걱정을 먼저 하게 만든다.

하지만 엘리는 자신에게 닥친 시련에 절망하거나 주저하지 않는다. 다소 무모해 보이지만

순수한 영혼이 가진 용기로 현실에 맞선다. 엘리는 결코 좋은 사람이 되기를 포기하지 않는다.

엘리는 몸은 어른이지만 마음은 아직 다 자라지 못한 어른들을 꼭 안아주며 위로해 준다.

거대 마약 조직의 두목 타이터스와 악연으로 얽히며 큰 상처를 입기도 하지만

결국 엘리는 자선가의 탈을 쓴 악당의 실체를 세상에 드러낸다.

엘리의 가족들은 각자 아픔을 안고 있다. 믿었던 이에게 무자비한 폭력을 당하기도 하고

마약 사건에 휘말려 억울한 옥살이를 하기도 했다. 그래도 이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어린 아들을

사랑했다. 엘리가 특별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이름을 불러주고 안아주었다.

결코 평범하지 않은 엘리의 삶은 작가의 삶을 대변하고 있다. 절망적이고 끔찍한 삶이지만

이 안에는 사랑이 있고 진실이 있다. 삐걱대긴 하지만 이들은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사랑하는 마음으로 평범한 일상으로 다가가고 있다. 미성숙한 존재들이 서로를 안고 보듬는

모습에서 희망을 떠올려 본다. 상처를 치유하고 관계를 회복해가는 이들의 이야기가 감동적인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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