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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 - 성년의 나날들, 박완서 타계 10주기 헌정 개정판 ㅣ 소설로 그린 자화상 (개정판) 2
박완서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1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박완서 작가의 타계 10주기를 기리며 새로운 표지를 입고 개정되었다.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고 있는 소설로 '나'가 스무 살이 된 1951년부터
결혼을 하는 1953년까지 삶을 그려내고 있다.
전쟁 직후 피폐해진 당시 현장을 생생하게 전하며
읽는 동안 마치 그 현장에 함께 있는 것만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작가가 경험한 당시의 힘겹고 어려운 현실과 피난과 복귀를 반복해야 했던
슬픈 상황을 보여주며 역사의 한복판으로 끌어당긴다.
극단으로 치닫는 이념 갈등 속에서 생존의 문제에 직면한 한 나약한 인간의 모습은
전쟁의 참혹한 현실을 대변한다.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해야 한다는 가장의 무게가 마음을 무겁게 짓누른다.
스무 살, 이제 성인이 된 그녀는 현실을 마주해야만 했다.
가진 자들의 비열한 횡포에 절망하면서도 자신도 모르게 비틀린 우월감을 갖게 되고
처음 받은 월급봉투를 보며 씁쓸한 돈의 맛을 느끼기도 했다.
그녀는 부끄럽다고 여길 수 있는 개인의 치부를 솔직하게 드러낸다.
오빠의 죽음을 애도할 수도 없고 살기 위해 남을 것을 탐내고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하는
시대였지만 사람이 사는 곳에서는 아픈 아이에게 호두 기름을 짜내주는 측은지심이 있었고
고단한 길에 든든한 힘이 되어준 근숙 언니가 있었다.
암울한 현실 속에서도 한줄기 희망의 빛이 남아있었고 절망스러운 삶에도 애틋한
사랑의 기운이 피어났다. 그녀는 누구보다 당당했다. 삶을 대하는 그녀의 태도는
인생에서 춥고 힘든 겨울이 지나가고 곧 따스한 봄이 다가갈 올 것을 암시하는 것 같다.
시대의 고통을 이겨낸 한 인간의 이야기는 버티고 살아가야 한다는 굳은 의지를 전해 준다.
p. 351-352
보셔요, 엄마. 두고 보셔요. 엄마가 그렇게 억울해하는 건 당신의 생살을 찢어서 남의 가문에 준다는 생각 때문인데 두고 보셔요. 나는 어떤 가문에도 안 속할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