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클의 소년들
콜슨 화이트헤드 지음, 김승욱 옮김 / 은행나무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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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허로 남아있던 니클 아카데미 자리에서 마흔세 구의 시신이 발견되었다.

유해들은 당시 기숙사에 있던 소년들로 확인되었다. 구멍 난 두개골, 총알이 박힌 뼈 등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끔찍한 현장이 고스란히 노출되었다.

언론에서 이 사건을 주목하자 성인이 된 니클 출신 피해자들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야기는 과거 니클이 존재하던 시간으로 돌아간다.

실화를 모티브로 쓴 소설이라 하여 다소 무거운 이야기가 펼쳐질 것이라 걱정했다.

감정 이입을 쉽게 하는 편이라 편하게 읽지는 못하겠다고 생각했지만 꽤 담담하게

읽었다. 이야기의 흡입력이 대단했기에 빠르게 책장을 넘기며 니클의 소년들의 삶을

엿볼 수 있었다.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을 받고 하지도 않은 죄를 뒤집어쓰고

폭력과 무시가 당연했던 니클에서는 인간의 존엄성을 찾아보기란 힘들었다.

소년들은 다양한 이유로 이곳으로 보내졌고 감화시킨다는 핑계로 온갖 고통을

온몸으로 견뎌야 했다. 소설이라도 받아들이기 힘든 이야기일 텐데 실제 소년원이 이야기를

각색한 것이라 하니 답답한 마음을 지울 수 없었다. 주인공 엘우드의 시선을 따라가며

과연 이 아이들은 구원받을 수 있을지 니클의 끔찍한 실상이 세상에 어떻게 드러나게

될지 궁금했다. 그리고 책의 후반부를 지나 에필로그를 펼쳤을 때 울컥하는 감정을 느꼈다.

이유는 지금도 모르겠다. 왜 그런 감정이 들었는지.

세월이 지나 엘우드가 유색인종을 대변하기 위해 세상에 나오기로 결정했을 때

그리고 그가 연인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줄 때 내 감정은 폭발하고 말았다.

영리했던 엘우드는 대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던 아이였다. 한순간에 인생의 방향이 대학이 아니라

니클로 향했을 때 더 이상 어린 소년에게는 미래가 기다리지 않을 것만 같았다.

폭력과 차별이 난무하는 니클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였다.

그럼에도 엘우드는 자신의 소신대로 세상의 부조리에 맞설 용기를 냈다.

이 순간 엘우드를 도와주는 친구가 있다. 니클에서 만난 터너.

그는 점차 엘우드의 신념에 동화되었고 엘우드의 용기 있는 행동에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세월이 지나 니클의 만행이 세상에 드러났지만 지난 간 시간은 누가 보상해 줄 수 있을까.

끔찍한 현실에 굴복해야 했던 어린 소년들의 삶이 애처롭게만 느껴진다.

여전히 세상에는 힘의 불균형이 작용하고 인종차별은 사라지지 않았으며

우리가 알지 못하는 어느 곳에서는 폭력과 멸시가 이루어지고 있을 것이다.

작가는 '좌절에 빠지지 않고 나아가기 위해 희망을 가져야 한다'라고 말한다.

그의 바람대로 이 책에서 아주 조금은 용기를 내서 세상에 외치라는 희망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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