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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면 사랑한다고 말해야지 - 5인 5색 연작 에세이 <책장위고양이> 2집 ㅣ 책장 위 고양이 2
김겨울 외 지음, 북크루 기획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10월
평점 :
아홉 가지 주제를 다룬 다섯 작가의 개성 있는 이야기가 모여있다.
각자가 하는 일이 다른 만큼 글 속에서도 색깔이 뚜렷하게 묻어난다.
그들의 이야기를 읽으면 나 또한 아홉 가지 주제에 대해 생각해 본다.
삼각김밥을 먹었던 게 언제인지, 일생에 딱 한 번 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북극으로 향하는 건 어떨지, 늘 글을 쓰고 싶어 하면서도 쌓여가는 망한 원고 때문에
망설이는 건 아닌지, 버리고 싶지만 버리지 못하는 강박증을 어찌해야 할지 등
나름의 에세이를 머릿속에 혼자 써 내려가 본다.
번아웃 증후군에 지쳐있던 내게 마음의 여유를 안겨 준 책이다.
일상 속 작은 주제에 이렇게나 다양한 시선이 있다는 건 즐거운 일이다.
모두에게 힘들었을 시간을 지내며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 새삼 깨닫게 된다.
늘 타고 다니던 지하철, 길을 가다 마주치는 이를 모를 고양이,
이제 다시 만나게 될 하얀 눈까지 그리움이 묻어난다.
서로에게 그리고 스스로에게 한 발씩 다정하게 다가가는 느낌이 참 좋다.
누군가의 자기 고백을 읽으며 나를 대입해 보는 소중한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지나치게 소모되어 곧 방전되기 직전이었던 내게 새로운 자극을 안겨 준 책이다.
p. 98
어딘가로 떠나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는 이들, 일상에 없는 자극과 새로움을 찾아 공항으로 향하는 이들이 불행한 이유가 있다면, 아마도 목적으로서의 여행과 출구로서의 여행이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p. 158-159
세상의 나머지와 내가 서로를 온전히 번역할 수 없고 또 서로에게 온전히 번역될 수 없다는 걸 그때보다 잘 안다. 아니 그때는 알려고 하지 않았다가 점차 알아버렸다는 말이 맞겠다. 의도치 않은 오해와 곡해의 순간마다 울분에 겨워 스스로를 할퀴던 일들이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