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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은 어떻게 부자의 무기가 되는가 - 알면 벌고 모르면 당하는 '재벌법'의 10가지 비밀
천준범 지음 / 부키 / 2020년 9월
평점 :
지금껏 내가 읽었던 책 중에 가장 독특한 책이다.
지난 25년간 우리나라에서 재벌이 돈을 버는 방법과 그것을 막는 규제법을 동시에 소개하고 있다.
상충되는 두 가지 주제를 각각 소개하면서 '치킨 코리아'라는 가상의 기업에서
투자자인 영미와 재원, 경영자인 우현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회사를 경영할 생각을 태어나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었기에
이 책에 나오는 용어부터 배경지식까지 전부 낯설었다.
재벌이 돈 버는 방법을 알려준다는 말에 솔깃해서 읽기 시작했지만
법률 조항이 등장하면서 쉽지 않은 주제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하지만 이런 어려운 주제는 치킨 코리아 덕분에 조금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상장 회사란 무엇인지, 뉴스에서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밀어주기란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는지,
마법 쿠폰인 전환사채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재벌법이 현실에서는 무죄일 수밖에 없는 이유까지
독특한 우리나라의 재벌 구조를 알기 쉽게 설명해 준다.
이 책 속에 경제와 법이 모두 들어있다. 편법을 쓰지만 합법적인 선에서 수익을 올리는
기업들의 노하우를 알려주면서 주식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 필요한 기본적인 개념을
쉽게 이야기한다. 요즘 같은 시기에 지인 중 누군가가 주식으로 돈을 벌었다는 말을 들으면
솔직히 나도 한번 해볼까라는 생각을 아주 잠깐 하게 된다. 하지만 이쪽으로는
완전 백지에 가깝기 때문에 섣불리 시도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경제적 개념부터 법의 현실까지 궁금한 이들에게는 이 책의 개념 정리가 도움이 될 것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처럼 더 이상 경제 뉴스를 지나치지 않고 잠시라도 차분히 볼 수 있는
자신감이 생겼다. 물론 아직 가야 할 길은 멀지만 말이다.
주식과 법을 통해 재테크를 하고 싶은 이들에게 기업 임원 출신 변호사가 쓴 회사법 설명서를
권하고 싶다.
p. 10
사람들은 '재벌'이라는 단어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재벌 이야기만 시작되면 편 가르기와 감정싸움에 지나치게 몰두하는 모습을 종종 본다. 하지만 경제적인 문제는 정치 진영 대결을 걷어 내고 볼 필요가 있다. 누군가가 돈을 벌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고, 다른 사람이 그 방법에 동의하는지 반대하는지를 떠나서 그것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것은 '법'의 몫이다.
p. 237
조금 심하게 말하면 우리 법은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 같다.
'사장이 회사가 아닌 회장을 위해 일해도 된다. 하지만 너무 티 나게 밀어주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