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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ㅣ 허밍버드 클래식 M 4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윤도중 옮김 / 허밍버드 / 2020년 8월
평점 :
이 작품을 처음 알게 된 건 꽤 오래전 한창 뮤지컬에 빠졌을 때였다.
좋아하는 배우들이 나온다는 것만 알았을 뿐 내용은 잘 알지 못했다.
뮤지컬을 좋아하던 20대 젊은 시절에 만난 베르테르는 사랑에 아파하는 젊은 청년이었다.
알베르트가 미웠고 로테와 이어질 수 없는 운명에 슬퍼했다.
같은 작품을 여러 번 보면서도 매번 같은 뮤지컬 넘버에 눈물 흘리고 감동했었다.
내게는 첫사랑의 아픔처럼 남아있는 이 작품을 다시 책으로 만났다.
책으로 읽은 베르테르의 사랑은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2시간 너머의 뮤지컬로는 다 표현하지 못한 베르테르의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아름답고 슬프게만 여겼던 그의 사랑이 어리석게 느껴지는 건 왜일까.
세월이 흐르고 다양한 인생 경험을 하면서 내 안에 쌓인 감정으로 인해
순수하고 열정 넘치던 청년 베르테르가 낯설게 느껴졌다.
이미 약혼자가 있던 로테를 향한 사랑이 마냥 순수하게 보이지 않았다.
맹목적인 사랑은 집착이 되고 급기야 돌이킬 수 없는 결말로 이어진다.
로테의 마음 또한 이해할 수 없게 되었다.
왜 그녀는 두 남자를 모두 마음에 담으려 한 걸까.
남편인 알베르토와 사랑과 신의로 맺어졌고 그를 진심으로 좋아했다.
그러면서도 베르테르를 마음속에서 내보낼 수 없었던 그녀의 은밀한 욕망에 화가 난다.
하지만 누가 이들에게 손가락질을 할 수 있을까. 그저 사랑을 했을 뿐인데.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아파하고 절망감과 고통을 이겨내지 못한 나약한 베르테르.
그는 마지막 선택의 순간에도 로테를 그리워한다.
고전 속 사랑 이야기를 읽으며 잊고 있던 젊은 시절의 추억을 잠시나마 꺼내본다.
마음 한편에 남아있는 그 감정을 또다시 느낄 수 있는 날이 올까.
죽을 것만 같은 사랑이란 어떤 것인지 문득 궁금해진다.
p. 29
천사를 알게 되었다! 풋. 이건 누구나 자기 여자에 대해서 하는 말이다. 안 그래? 그런데 그녀가 얼마나 완벽한지, 또 어째서 완벽한지 설명은 못하겠다. 그녀가 내 마음을 완전히 사로잡았다는 말로써 충분하다.
p. 159
"잘 가요, 사랑하는 베르테르."
사랑하는 베르테르! 그녀가 내 이름에 '사랑하는'이라는 말을 붙여 부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골수까지 온몸이 짜릿했다. 나는 그 말을 골백번도 더 되풀이했다. 어젯밤 잠자리에 들면서 별의별 헛소리를 중얼거리다가 느닷없이 한번 "잘 자요, 사랑하는 베르테르"라고 해 보았다. 그러고 나서 나 자신에 대해 실소하지 않을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