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측면이 좀 더 낫습니다만
하완 지음 / 세미콜론 / 2020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나답게를 외치며 일상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하완 작가의 신작 에세이다.

제목을 보고 거울 속 내 얼굴을 한참 바라보았다.

왼쪽, 오른쪽, 정면.. 어디 하나 마음에 드는 구석이 없다.

정면은 망했지만 측면은 괜찮다는 저자의 이야기를 읽으며

나다운 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읽을수록 내가 살아가고 있는 모습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저자가 프리랜서여서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많은 부분에서 공감이 갔다.

내가 집순이라는 사실도, 평일 낮 한가롭게 카페에 있는 사람을 볼 때 느꼈던 감정도,

스스로 자격을 만드는 삶도 그의 이야기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낯설지 않기 때문일까. 평범함 속에서 특별한 순간을 찾고 그 안에서 자신을 발견하는 과정을

나 또한 경험한다. 타인의 일상과 습관을 읽으면서 나를 대입하고

온전히 나만을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의 이야기 중 꼭 한번 해보고 싶은 것이 생겼다.

책을 안주 삼아 혼술 하기. 원래 술을 마시지 않기 때문인지 유독 호기심이 생긴다.

늦은 밤 작업실에서 시원한 맥주 한잔 마시며 책을 읽는 상상만으로도 묘한 기분이 든다.

이제 프리랜서 2년 차. 조금씩 이 삶에 익숙해지고 있다.

여전히 밥벌이는 불안하고 마음 편하게 휴가를 외칠 수는 없지만

끔찍했던 직장 상사의 잔소리도 없고 이리저리 치이던 힘겨운 출퇴근 고충도 없다.

다만 왠지 모를 책임감에 해가 뜨면 눈이 떠지고 자정이 지나서야 겨우 눈을 붙인다.

매 순간 스스로에게 충실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여전히 미래에 대한 계획은 없다.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갈 뿐이다.

내가 정한 삶의 리듬에 맞춰 나에게 가장 맞는 속도로 살아가는 것이다.

누군가에게 휘둘리는 삶에 지쳐있다면 하완 작가의 에세이를 읽어보자.

그가 그린 유쾌한 그림과 함께 조금이나마 위안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p. 47 행복은 지속하는 감정이 아니다. 순간적인 감정이다. 그래서 '행복은 강도가 아니라 빈도'라는 말도 있다. 자주 느끼는 게 중요하다는 얘기다. . p. 70 나는 이런 소식이 반갑다. 경쟁해서 성취하는 것이 아닌 사람들이 찾아오게 만드는 방식 말이다. 어딘가에 들어가려 애쓰지 않고 자신이 있는 곳에서 재미있게 글을 썼을 뿐인데, 그는 소설가가 되었다. 누군가로부터 자격을 얻는 방식도 있지만 스스로 자격을 만드는 사람도 있다. 이런 이야기가 더 많이 들리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 . p. 230 돈으로 행복을 살 수는 없지만, 자전거에 앉아 우는 것보단 벤츠에 앉아 우는 것이 더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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