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머니멀

휴머니멀 - 인간과 동물이 더불어 산다는 것
김현기 지음 / 포르체 / 2020년 6월

인간은 얼마나 어디까지 더 잔인해질 수 있을까.

인간과 동물이 더불어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하게 만든 책이다.

올해 초 MBC를 통해 이 방송을 본 적이 있었다.

인간의 끝 모를 탐욕과 그 때문에 희생되는 동물, 그런 동물을 끝까지 보호하려

애쓰는 사람들. 이들의 이야기라 있는 그대로 화면을 통해 전달되었다.

당시 인간의 잔인한 모습에 방송을 끝까지 보지 못했다.

이 책은 방송에 다 담지 못했던 이야기와 진실을 자세하게 다루고 있다.

휴머니멀은 그동안 보던 다큐멘터리와는 달랐다. 처음부터 끝까지 불편했다.

날것 그대로를 마주하려 하니 거부감이 들었다.

하지만 우리가 반드시 알아야만 하는 현실을 담고 있다.

어린 코끼리는 생후 5개월부터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쇠꼬챙이로 학대를 받으며

관광객을 태워야 하며 노쇠한 코끼리는 눈이 먼 상태에서도 죽기 직전까지 인간에게

혹사당했다. 잔인한 밀렵꾼들은 조금이라도 더 긴 상아를 얻기 위해

살아있는 코끼리의 머리를 잘라버리고 사체를 내팽개쳤다.

짐바브웨를 상징하던 사자 '세실'은 트로피 헌터인 미국의 치과의사에게 희생당했다.

벽에 걸 장식품을 만들기 위해 동물을 죽이는 트로피 헌터들.

이들의 뻔뻔한 자기변명에 화가 치밀었다. 트로피 헌터들은 자신들의 행위가

야생동물과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 주장한다.

동물을 박제하는 것이 그들의 삶에 대한 예우라고 생각하는 헌터들의 생각을 이해할 수 없었다.

빈곤한 정부는 돈벌이를 위해 헌터들에게 사냥을 허용하는 현실은 정말로 부정하고 싶다.

그럼에도 이 책을 읽을 수 있었던 건 사라져가는 동물을 위해

헌신을 다하는 사람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태국에 있는 코끼리 생태공원과 그곳에서 근무하는 직원들, 베어 센터를 운영하며

곰을 연구하는 킬햄 박사, 그리고 침팬지의 대모로 유명한 제인 구달 박사 등

전 세계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동물과 더불어가는 삶을 위해 애쓰고 있다.

다른 종의 생명을 함부로 할 수 있는 권한이 과연 인간에게 있을까.

욕심과 탐욕 때문에 벌어지는 참극이 하루빨리 사라지길 바랄 뿐이다.

휴머니멀은 왜곡된 현장 말고, 생존을 위한 냉엄한 투쟁을 포착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인간의 손에 죽어나가고, 포획되고, 길들여지고…. 그렇게 궁지에 몰려 최후의 반격에 나서는 진짜 야생동물.(...) 이 생명들의 공포와 적개심. 그걸 담아내고 싶었다.

p. 8~9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멸종이라는 것도 일종의 적자생존 아닌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동물은 사라지고, 다른 동물들이 또 나타나지 않겠는가.”라고. 하지만 멸종의 속도나 양상이 이전과 너무 다르다면, 이를 평범한 순환으로 볼 수만은 없다.

p. 2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