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그래도 괜찮아
사노 요코 지음, 이지수 옮김 / 북로드 / 2020년 4월
평점 :
품절
거침없고 톡 쏘는 사이다 같은 사노 요코 작가의 초기 에세이집이다.
왜 유독 그녀 주변에는 특이한 사람들이 많은 걸까.
그녀를 둘러싼 에피소드는 평범한 사람이라면 한 번 경험해 볼까 하는 일투성이다.
이 책에서는 그녀가 만났던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유쾌하게 풀어내고 있다.
아버지가 세상에 둘도 없는 의사를 얻고 죽었다는 이야기를 읽으며 꺼이꺼이 울었고,
사노 씨네 개가 옆집 닭을 죽인 사건 이후 미안한 마음에 점심 초대를 했을 때
그녀가 준비한 메뉴가 오야코동이었다는 이야기에 깔깔대며 웃을 수밖에 없었다.
전철에서 만난 술 취한 불량 아저씨 에피소드는 과연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라는 의문을 남겼고
하숙생 세리자와의 이야기를 통해 낯선 곳에서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에게
따스한 말 한마디를 건네주는 어른이 되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사노 씨는 사람을 겉모습으로 판단하지 않고 사람 그 자체로 보고 대화를 해나간다.
지금까지 살면서 나는 어땠을까. 겉으로 보이는 모습만으로 상대를 파악했던 건 아닐까.
누군가 내게 같은 잣대로 평가했다면 불같이 화를 냈을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무의식중에 그렇게 행동했던 건 아닌지 반성해 본다.
가끔 사노 씨의 글이 무서울 때가 있다. 나 자신을 냉정하게 돌아보게 만든다.
그러다 보면 부끄러웠던 지난 행동에 얼굴이 빨개질 때가 있다.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숨고 싶은 그런 기분을 느끼게 된다.
그러면서도 사노 씨의 글을 챙겨 보게 되는 건 어른의 나이가 된 내게
똑바로 살라고 거침없이 말해주는 이가 없기 때문이다.
그녀의 솔직한 추억담에 함께 울고 웃으며 스스로를 돌이켜보게 되고 조금씩 어른이 되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