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피안
하오징팡 지음, 강영희 옮김 / 은행나무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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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소설에 대한 선입견이 있다. 어렵고 난해하다고 생각해서 즐겨읽지 않았다.

이 책도 인공지능을 소재로 한 가상의 세계를 다루고 있다.

읽기도 전에 걱정부터 됐지만 오히려 생각할 거리를 많이 남겨주었다.

책에서 다루는 가상의 세계가 어쩌면 현실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자꾸만 든다.

단지 소설일 뿐이라고 치부하기에 우리의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기 때문일지 모른다.

가상 세계에서는 인공지능이 인간을 지배하는 것처럼 보인다.

인간의 삶을 돕기 위해 개발해 낸 기술이 어느새 인간들의 머리 위에 자리 잡게 된 것이다.

인간은 통제할 수 없는 감정 때문에 불완전한 존재로 여겨진다.

하지만 인공지능은 이성적이고 객관적인 증거가 축적된 데이터로

결과를 도출하기 때문에 완전한 존재처럼 보인다.

이 책에 소개된 단편들은 읽을수록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인간은 나약하고 외로운 순간에 누군가의 위로를 필요로 한다. 그 자리를 인공지능이 대신할 수는 없다. 사람은 함께 부딪히며 살아가야 한다. 짧은 이야기를 읽으며 이렇게 존재의 의미를 생각해보게 된다.

영생 병원에서 죽음을 앞둔 어머니가 하루아침에 건강을 회복하게 된다.

하지만 이는 진짜 어머니가 아닌 인공지능으로 대체된 존재일 뿐이다.

아들은 병원의 문제를 파헤치려 한다. 법적 도덕적 책임을 지게 만들고 싶었다.

하지만 이 모든 일이 세상을 떠난 어머니의 의지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죽음을 눈앞에 둔 삶의 마지막 순간에 환자 본인과 남겨질 가족의 입장이라면 마냥 비난만 할 수 있을까.

인간은 불완전하기 때문에 존재의 가치가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완전함에 도달하기 위해 노력하며 살아가면서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려 애쓴다.

그 빈틈을 인공지능으로 대체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완전한 존재로 생겨난 인공지능이 나를 대신한다면 내가 존재할 의미가 있을까.

요즘처럼 사회적 거리두기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점점 더 사람이 그리워지는 이때에

존재의 소중함을 생각해볼 수 있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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