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스 댄서
조조 모예스 지음, 이정민 옮김 / 살림 / 2020년 2월
평점 :
절판



조조 모예스의 신작 <호스 댄서>는 제목만 보고는 좀처럼 내용을 파악할 수 없었다.

또한 700 페이지 가까운 두꺼운 책을 언제 다 읽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였다.

하지만 이런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이른 아침 첫 장을 펼친 순간부터 단숨에 읽어 내려갔다.

여자와 남자 그리고 한 소녀. 이들이 만들어간 이야기에 흠뻑 빠져들었다.

변호사 너태샤 매컬리와 사진작가인 남편 맥은 곧 이혼을 앞두고 위태로운 상태였다.

오랜 시간 떨어져 지낸 상황이라 다시 마주쳤을 땐 관계 정리만을 앞두고 있었다.

공동 명의로 구입했던 집을 처분하기 전까지 불편한 동거를 하게 된 어느 날,

너태샤는 빈민가에 있는 슈퍼마켓에서 곤경에 처한 열네 살 소녀 사라를 구해주게 되었다.

그녀를 집까지 데려다주었지만 집 안은 이미 도둑의 흔적으로 쑥대밭이 된 상태였다.

설상가상으로 유일한 가족인 할아버지는 뇌출혈로 인해 병원에 입원해 있었다.

그녀의 전문 분야가 아동 대변이기 때문일까. 아니면 경찰서에 절대 둘 수 없다는 맥의 주장 때문일까.

두 사람은 사라가 하룻밤이라도 안전한 곳에서 쉴 수 있도록 집으로 데려오게 된다.

우연한 만남으로 시작됐지만 이들은 잠시나마 가족이라는 형태를 꾸리기로 했다.

물론 그마저도 각자의 상황으로 삐걱대기 일쑤였다.

너태샤는 성공을 눈앞에 둔 재판을 앞두고 있었고 사라는 틈만 나면 학교를 빠지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위태로운 동거 생활은 사라의 비밀이 밝혀진 후 새로운 변화를 맞이하게 된다.

남자와 여자는 사랑하지만 불완전한 어른이기에 다툼과 화해를 반복하며 끊임없이 후회한다.

이들에게 아이와 육아는 낯선 영역이다. 부모가 되는 경험을 아직 해보지 못한 이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상처가 많은 어린 소녀는 어른들의 말을 부정하며 마음을 쉽게 열지 않고 방황하게 된다.

오랜 방황 끝에 너태샤는 사라와 마주 앉아 진지하게 속 마음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여자도 남자에게 자신의 속마음을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물과 기름처럼 어울릴 수 없는 이들의 관계가 조금씩 어우러지며 서로에게 스며드는 모습에 책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어린 소녀가 마음을 문을 열고 조금씩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가족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기게 되었다.

아이는 아무것도 모르기 때문에 어른이 올바른 길로 이끌어줘야 한다는 편견이 오히려

아이의 자아를 무너뜨리고 사회에 대한 불신감을 키운 건 아닌지 반성해 본다.

입양과 청소년 방황이라는 어려운 문제를 마장마술이라는 새로운 소재로 흥미롭게 그려나간 <호스 댄서>.

다양한 가족 형태가 생겨나고 있는 요즘 시대에 어울리는 책이란 생각이 든다.

따뜻한 사랑을 느낄 수 있는 가슴에 남는 멋진 영미소설을 만나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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