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이 내려오다 - 다시 돌아오겠다고 했어
김동영 지음 / 김영사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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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선 김동영 작가의 신작 <천국이 내려오다>는 여행지에서 그가 마주한 천국을 전해준다.

20대 어느 날, 그의 책을 읽고 여행 병에 걸렸었다.

국경을 넘어 낯선 곳으로 떠난다는 생각만으로도 행복했었다.

그리고 그 이듬해 학업을 핑계로 난생처음 비행기를 타고 동경하던 미국 대륙으로 떠났다.

첫 종착지는 샌프란시스코 공항. 목적지인 샌디에이고로 향하는 도중 멈췄던 짧았던 여정은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도 강렬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그리고 그날부터 내 삶은 달라졌다.

늘 자유로운 삶을 꿈꿨지만 겁이 많았던 어린 나는 그날을 계기로 적극적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어려웠던 첫 관문을 통과한 후 하고 싶은 일을 위해 스스로 움직이게 되었다.

그 때문일까. 언제나 김동영 작가의 책을 기다리게 되었다.

이번에 또 어떤 자극을 내게 전해줄지 기대하면서.

이 책은 21개 나라, 31개 도시에서 그가 마주한 천국을 담고 있다.

여행 작가로 세계 곳곳을 다녔던 그의 경험은 내게 또 어떤 꿈을 남겨줄까.

설렘 가득한 마음으로 내게 온 책을 마주하는 순간, 설렘은 숙연함으로 바뀌었다.

그가 만난 첫 천국은 인도 바라나시의 화장터였다.

생명이 끝나는 곳, 삶이 사라지는 곳, 그리고 영원한 안식을 얻는 곳.

그곳에서 생선 작가는 천국을 만났다.

나는 그걸 보고 싶었다.

실제로 인간이 불로 태워지고 조각나 결국 분자가 되는 것을 내 두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다.

그래야 내가 사는 이 세계의 모든 일을 현실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았다.

p.12

이방인이 느끼는 순간의 감정은 분명 충동적일지도 모른다.

낯선 공간, 낯선 사람들, 낯선 분위기 이 모든 것이 주는 새로운 감각에 천국이라 느낄지도 모른다.

일상에서 벗어난 작은 일탈이 주는 행복감.

잠시나마 그가 떠난 여행을 함께 따라가며 그 기분을 느꼈다.

그를 따라 유럽의 낮은 담장에 핀 장미를 보았고, 후미진 골목에서 고양이를 만났으며,

모래바람이 부는 드넓은 평원을 거닐었다.

긴 여행에 지쳤을 그가 이제는 제대로 된 휴식을 취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가 마주한 천국을 읽으며 내가 있는 이곳은 어떤지 생각해 보았다.

5개월 전에 같은 질문을 했더라면 망설임 없이 지옥에 있다고 말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나는 천국보다 더 천국 같은 곳에 살고 있다. 적어도 내 마음은 그렇게 느끼고 있다.

이제는 내가 여행을 떠날 차례다. 내가 만날 천국은 어디가 될지 기대된다.

언제 떠날지, 어디로 떠날지 정해지지 않았지만 내가 만난 천국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다.

바람처럼 스쳐 지나갈 수도 있고 하얀 물보라는 일으키며 달려오는 파도처럼 나를 집어삼킬 수도 있다.

어떤 형태든 내게 올 그 순간을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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