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왕업 - 상 - 아름답고 사나운 칼
메이위저 지음, 정주은 옮김 / 쌤앤파커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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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에 그려진 아름답고 강렬한 여인, 왕현. 그녀를 보는 순간 이 소설에 빠질거라는 예감이 들었다.

이토록 아름다운 여인이 지독히도 사랑하는 한 남자와 패권을 위해 나서는 무협 멜로라는 소개처럼

책 속에 펼쳐지는 세계는 생사를 넘나들며 광활한 대륙을 활보하는 영웅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황제의 운명을 타고난 여인은 점차 그 운명에 눈을 뜨면서 대륙에 몰아치는 피비린내를 기꺼이 감당하며

한층 성숙해지게 된다. 이런 기개와 뜨거운 욕망은 고귀하게 느껴진다.

어린 시절부터 황제와 황후의 사랑을 받고 자란 왕현은 마음속에 연모하는 이가 있었다.

하지만 가문을 위해 정략결혼의 도구가 될 수밖에 없었고 그 상대는 미천한 출신으로 전쟁에서 공을 세운 남자,

소기였다. 얼굴조차 제대로 보지 못한 그 상대는 설상가상 변방의 반란 소식에 첫날밤 급히 떠나버렸다.

가문의 영예와 책임.

낯선 글자는 하나도 없었지만 마치 처음 듣는 말인 듯 생소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마치 커다란 장도리가 가슴 한복판을 사정없이 내리친 듯 커다란 울림이 오래도록 퍼져 나갔다.(p.57)

이때부터 왕현의 운명은 요동치기 시작한 걸까.

무서운 칼바람이 불어오고 피비린내가 진동하며 암투가 끊이지 않는 권력자들 속에서 점차 철의 여인이 되어 간다.

납치를 당하고 반역의 무리 속에서 살아남아 성을 지키면서 점차 그 남자와 닮아간다.

고운 비단 옷에 싸여 보살핌만 받는 여인이 아니라 뛰어난 지략과 기개를 갖춘 강인한 여인으로 변모한다.

강호를 휩쓴 영웅보다 더 멋진 왕현을 볼 때면 내 가슴도 뛴다.

왕현이 어디까지 성장할지 궁금했기에 단 한순간도 멈출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읽어나갔다.

엄청난 스케일과 빠른 스토리 전개뿐만 아니라 권력, 욕망, 배신, 그리고 두 사람의 사랑까지 완벽하다.

비록 정략결혼으로 맺어지긴 했지만 운명의 상대인 왕현과 소기.

아픔과 슬픔을 함께 하며 한층 더 단단해진 이들의 사랑이 영원할 수 있을까.

이후에 펼쳐질 무대가 벌써 궁금해진다.

보아라, 장공주와 좌상의 딸이자 황실과 왕씨의 피가 흐르는 천하제일 명문세족의 딸이 절망과 당혹감에 빠진 채 머리에는 비녀와 관을 쓰고 몸에는 궁의를 걸치고는 가소롭게 고귀한 척하며 자신조차 그 끝이 어디인지 모르는 길로 들어서는 모습을.(p.6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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