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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먼드 카버 - 삶의 세밀화를 그린 아메리칸 체호프 ㅣ 클래식 클라우드 13
고영범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11월
평점 :
품절

헤밍웨이 이후 가장 영향력 있는 소설가로 평가받는 레이먼드 카버의 발자취를 따라 떠나는 여행기이다.
주로 미 서부를 따라 그의 삶을 따라가는 여행은 이 낯선 소설가의 인생을 함께 더듬어보게 만든다.
나는 그에 대해 소설 <대성당>을 쓴 작가로만 알고 있었고 책장 한구석에 있는 대성당은
아직 펼쳐보지 못한 상태에서 그를 마주하게 됐다. 그래서인지 이 책을 읽는 내내 머릿속엔
빨리 <대성당>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계속되었다.
그와 함께 하는 여행은 당시 미국 문학의 단편을 엿볼 수 있는 경험도 동시에 안겨준다.
주로 노동자 계급의 삶에 관심을 두고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인생들을 글 속에 담아냈다.
하지만 많은 작가들의 문학적 스승인 거장의 삶은 왜 그토록 고단했을까.
궁핍했던 삶의 경험이 그를 소설가로 성공하게 만든 원동력이 된 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이 책의 저자는 지명도 낯선 야키마에서 출발한다.
카버가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낸 그곳에서 출발하여 수많은 우여곡절 끝에 평생 원하던 삶을 누렸던
포트엔젤레스까지 이어지는 여행은 새로운 자극을 전달해준다.
술에 찌들어 알코올 중독으로 죽음의 문턱까지 갔던 카버는 그 시절을 나쁜 레이먼드 시절이라 불렀고
다시 삶에 안착했던 시간들을 덤으로 사는 시간이라 여기며 작가로서 전성기를 보냈다.
저자는 거장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이 여정을 사랑의 의미를 찾는 여정이라 정의했다.
남녀 간의 사랑뿐만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사랑과 우리가 알고 있는 수많은 사랑에 대해
경험하고 생각했던 바를 카버만의 글로 표현하고 그려냈다.
그의 작품에서 이러한 정의를 이해하고 찾아보는 것이 이제 내가 해야 할 숙제인 것 같다.
막연한 희망보다는 불안한 우리들의 삶을 그려낸 더러운 리얼리즘의 대가인 커버.
그와 한 발짝 가까워지면서 그의 나라 미국을 새로운 시각으로 만날 수 있는 멋진 책이었다.
카버는 그가 <말엽의 단편>에서 썼듯이, 자신이 평생 원해온 대로 스스로를 사랑받은 인간이라고 일컬을 수 있었고, 사랑받았다고 느낄 수 있었다. 그가 평생의 삶을 통해서 성취한 것이 사랑이라면, 그가 세상을 두고 아주 떠난 뒤에도 남겨진 사람들은 그에 대한 사랑을 다시 자기들 삶의 한 부분으로 삼았다. (p.2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