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이여 안녕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김남주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Bonjour Tristesse.

내게 온 슬픔에게 인사를 하는 건지, 슬픔에게 작별을 고하는 건지

제목부터 이중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는 프랑스 소설이다.

18세 데뷔작부터 독자들에게 찬사를 받은 프랑수아즈 사강.

그녀의 오래된 고전이 새로운 표지와 번역으로 다시 찾아왔다.

아버지의 재혼과 어린 소녀 세실이 감내해야 할 심리가 섬세하고 치밀하게 묘사된 작품이다.

슬픔이라는 감정을 모르고 자랐온 어린 소녀는 슬픔이라는 감정을 알게 되면서

정신적인 성숙을 경험하게 된다.

어느 여름 아버지와 세실, 그리고 엘자와 함께 바캉스를 떠났다.

그곳으로 죽은 엄마의 친구이자 디자이너인 안느는 찾아왔다.

그리고 그녀는 아버지가 사랑에 빠졌지만

그가 엘자와 저지른 불륜을 목격하고 차를 몰고 가다 사고로 죽게 된다.

아버지를 빼앗겼다는 사실에 분노한 어린 딸이자 이제 막 사랑의 감정과 욕망을 알게 된 세실.

그녀의 내면은 혼란으로 가득하다. 낯선 감정과 미성숙한 판단력은 비극을 몰고 온다.

세상에 둘뿐이라 생각했던 그녀는 다시 세상에 둘만 남겨졌을 때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방황하는 어린 소녀는 이 시간이 지나면 한층 더 성숙한 모습으로 변하겠지.

그녀를 보고 있자니 오래전 지나버린 내 시간은 어땠는지 궁금해졌다.

이제는 생각도 나지 않는 그 시절. 아니 어쩌면 생각하고 싶지 않은 그 시절.

누구보다 방황했고 아파했지만 겉으로는 절대 드러내지 않았던 내 어두웠던 시절.

사강이 만들어낸 세실이라는 인물에서 내 모습을 단편을 찾는다는 건 새로운 경험이었다.

인간의 나약함과 잔인함을 동시에 목격할 수 있고

원치 않은 비극에 슬픔을 처음 알게 된 어린 소녀의 감정이 그대로 느껴지는 소설이다.

이제 제목이 뜻하는 바를 어렴풋이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내게 찾아온 슬픔에게 건네는 인사. 이제 알게 된 슬픔에 대한 첫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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