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믿어요 - 상처보다 크고 아픔보다 강한
김윤나 지음 / 카시오페아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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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각자의 사정이 있고 그로 인한 상처를 담고 있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채 내 안에서 생겨난 상처들을 보이지 않기 위해

나는 늘 강한 척, 행복한 척 거짓된 모습을 보였다.

내 안에 쌓인 상처가 내 약점이 될까 두려웠고

그 상처들에 대한 어설픈 위로나 안타까워하는 듯한 표정이 보기 싫었다.

진심으로 내 아픔을 공감하고 위로해주려던 사람들에게조차 이토록 가시 돋친 편견을 가졌던 나는

작가의 솔직한 고백에 그만 무너졌다.

책을 읽던 중 갑자기 툭 터진 눈물은 하염없이 흘러내렸고

급기야 꺼이꺼이 목놓아 큰 소리로 울게 만들었다.

갑작스러운 소동에 놀란 엄마는 책 읽다가 울었다는 내 말에 등짝 스매싱을 날렸다.

상처와 함께 자란 그녀의 고백은 힘들게 살아온 지난날을 떠올리게 했다.

그녀가 겪은 아픔과 내가 겪은 아픔은 다르지만 맏이라서 자발적으로 떠 안은 책임감에

두 어깨에 큰 짐을 지고 살았던 나를 생각나게 했다.

어릴 적 나는 걱정이 많은 아이였다. 아마도 타고난 기질이 그러했으리라.

온갖 세상 걱정, 집안 걱정을 혼자 떠안고 속으로 끙끙 앓고 살던 아이였다.

그땐 그렇게 하는 게 당연한 것이라 여겼다.

그러다 난생처음 찾아간 신경정신과에서 공황장애란 말을 들었을 땐 의사에게 언성 높여 항의했다.

나를 위한 조언은 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당신이 우리 가족에 대해 뭘 안다고 함부로 말하냐며

화만 냈을 뿐이다. 던지듯 진료비를 내고 돌아오는 길에 분했고 눈물이 났다.

그렇게 화를 냈던 그 순간. 내 안의 상처는 조금 아물었을지도 모른다.

처음으로 내 속에 담긴 이야기를 타인에게 털어놓은 순간이었으니깐.

우리 모두에게 상처를 넘어설 힘이 있다고 믿는 작가의 말에 스스로를 믿을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준다.

나부터 나를 믿고 일어서야 내 안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을 테니깐.

<당신을 믿어요>를 읽고 그냥 피하고만 싶었고 모른 척 지나가고 싶었던 내 상처와 마주할 용기가 생겼다.

조금씩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혼자 안고 가려던 일들을 조금씩 내려놓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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