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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의 맛 - 교토 잇포도
와타나베 미야코 지음, 송혜진 옮김 / 컴인 / 2019년 6월
평점 :
절판
작년 여름 태풍과 함께 교토에 갔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도착 첫날 우지 마을을 다녀올 예정이었다. 하필 도착한 날 태풍이 막 지나던 순간이라 이른 저녁부터 호텔에 갇혀 있던 안타까운 기억이 떠올랐다.
이 책은 우지 근처에 있는 유서 깊은 차 가게가 전하는 따뜻한 차와 전통 이야기가 담겨 있다. 6대째 가업을 잇고 있는 남편을 도와 ‘잇포도’를 운영하는 저자가 전해주는 이야기는 참 따뜻하다. 차 한잔에 담긴 철학과 전통, 그리고 정성을 이야기하며 사람들이 제대로 차를 즐길 수 있기를 바라는 진심이 느껴진다.
아직은 차보다 커피를 더 좋아하지만 가끔씩 쌉쌀한 차 한잔에 마음이 차분해지는 걸 느낄 때가 있다. 커피를 마실때와는 다른 기분이 드는 건 분명하다. 한때 건강을 생각한다는 핑계로 녹차가 들어간 커피를 일부러 마신 적이 있지만 각각이 가진 고유의 맛과 향을 느끼기 위해서는 따로 마시는 것이 현명하다고 생각했다.
교토는 유독 전통이 강한 도시라는 인상이 쎄다.
교토에 가면 당연히 맛있는 찻집을 찾게 되는 건 내 안의 편견 때문일 것이다. 차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한 채 분위기에 심취해 있던 나는 이 책을 통해 차란 무엇인지 어떤 마음으로 마시는게 좋을지 조금은 알 수 있게 되었다.
녹차로만 알고 있던 차에도 센차, 맛차, 교쿠로, 호지차 등 고유한 맛과 이름이 있고 차를 내는 사람의 사람의 마음가짐, 차를 둘러싼 이야기 등 이유를 알 수 없는 분위기에 휩싸일 수 있었다.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에 익숙해진 탓인지 천천히 우려내야 하는 차 관습이 처음에는 답답하게 느껴졌지만 이 책을 다 읽을 때쯤 부산한 머릿속이 한결 차분히 정리된 기분도 느낄 수 있었다.
새롭게 시작하는 요즘이야 말로 차와 함께 하는 슬로우 라이프를 만끽할 수 있는 시간이 아닐까. 오늘은 커피 대신 따뜻한 차 한잔을 우려내 마시며 앞으로 일을 천천히 생각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