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클라우드의 열 번째 책은 가와바타 야스나리다.
소설 <설국>의 저자이자 일본에서 처음 노벨문학상을 받은 그를 따라
떠나는 인문 기행서. 허연 시인의 소개로 떠나는 이번 인문 여행에서는
어떤 감동을 받을지 읽기 전부터 기대가 되었다.
어린 시절, 노벨문학상을 받았다는 이유로 작품에 대한
호기심이 생겨 설국을 읽어보려 했었다. 하지만 내게는 그저 밋밋하고
심심한 책으로 여겨졌고 그마저도 채 다 읽지 못했었다.
작품에 대한 내 이해가 부족했던 것이 가장 큰 원인이었을 것이다.
도쿄 청년 시마무라, 그리고 게이샤 고마코와 요코.
이들의 관계와 감정을 나는 이해하지 못했던 것이다.
지금의 나는 이들을 이해할 수 있을까.
<설국>이 어떤 느낌으로 다가올지 궁금해졌다.
이 한 권의 책을 읽으면서 두 권의 책을 함께 읽은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허연 시인이 이야기하는 가와바타 야스나리,
그리고 그가 쓴 <설국>이 책 곳곳에 나타난다.
그리고 저자는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흔적을 찾아 그가 쓴 설국의 무대가 된
'에치고유자와'로 떠난다. 에치고유자와에서 직접 목격한 설국은 장관이었다.
때 마침 그의 방문에 맞춰 폭설이 내려주었고
온전히 하얀 눈으로 덮인 눈의 왕국을 마주할 수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며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마지막 장소였던
'가마쿠라'를 꼭 방문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내게는 만화 <슬램덩크>의 배경지로 익숙한 가마쿠라가
거장의 마지막을 보낸 곳이라는 점에서 새롭게 다가왔다.
지금까지 마음에 품고 있던 익숙한 지명이 무겁게 다가왔다.
작고 아름다운 마음이라 여겼던 그곳에서 거장의 숨결을 느껴보고 싶어졌다.
가와바타 야스나리 노벨상 수상 후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했다.
유서 한 장 남기지 않고 세상을 등졌던 그의 마음을 누가 알 수 있을까. 단
지 작품 속에서 그의 생각을, 기분을 느껴보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거장의 삶을 알게 되고 한발 더 이해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익숙한 곳으로 떠난 인문 기행.
빠른 시일 안에 저자의 발자취를 고스란히 느껴보고 싶다.
가와바타 야스나리 문학은 바닥이 드러나지 않는 하나의 경전 같다.
그의 문학에는 숨겨놓은 장치가 너무나 많다.
드러난 언어만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숨은 언어가 너무나 많다.
안타까운 건 그의 이 ‘숨은 언어’들을 번역을 통해 전달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가와바타 야스나리는 설명하면서 목적지에 가닿지 않았다.
그는 생략하면서 목적에 가닿은 작가다.
-에필로그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