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나저나 당신은 무엇을 좋아하세요? - 좋아하는 것을 발견하는 일상 수집 에세이
하람 지음 / 지콜론북 / 2018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첫 장부터 기분이 좋아졌다.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마음 맞는 친구와 밤새 수다를 떨고

마음속 깊은 곳에 혼자만 간직했던 이야기를 모두 털어놓은 듯한 기분이 든다.

솔직하고 담백한 글에 미소를 짓기도 하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나이가 들어서일까. 하루가 참 빨리 지나간다는 생각을 한다.

누군가 그랬다. 시간이 빨리 가는 건 하루를 돌아보지 않아서라고.

그래서 자신은 매일 잠들기 전 하루를 돌아본다고 한다.

아침에 무엇을 했는지, 어제는 어떤 하루였는지, 지난주에 나는 무얼 했는지

기억하지 못하는 순간들이 순식간에 지나간다.

좋았던 하루도, 슬펐던 하루도, 힘들었던 하루도 모두 나의 과거의 순간인데

왜 나는 그걸 그냥 잊고 지낸 걸까.

평범한 일상의 순간을 담백한 글로 표현해 낸 작가의 글이 내 마음속에 담긴 건

잊고 지낸 내 하루에 대한 미안함 때문일까.

매일 행복을 꿈꾸면서 행복했던 순간을 기억 못 하는 내가 어리석게 보인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부터 하나씩 글로 써 내려간 그녀의 담담한 이야기에 반성의 시간을 가져본다.

즘 부쩍 ‘가벼운 삶’을 동경한다. 버리는 연습은 곧 소중한 것을

남기는 연습임을, 짐이 적은 여행 가방과 간소히 정돈된 삶 속에서 느낀다.

나를 이루는 마음, 나를 둘러싼 공간과 관계가

불필요한 장식 없이 단출하면 좋겠다.

조금 소유하는 대신 더 자유롭고 싶다.

작은 여행 가방처럼, 여백이 많은 그림처럼, 가벼운 리듬의 음악처럼.

<가벼운 여행 가방> 중


가만히 앉아 생각에 잠겨 본다. 나를 둘러싼 관계, 내가 떠났던, 동경했던 여행, 지나간 나의 발자취 등. 무엇 하나 버릴 것 없는 소중한 것들이다.

당시에는 힘들고 눈물 마를 날 없었지만 그 시간들이 하나씩 모여

지금의 나를 만들어냈다. 이러한 작은 조각들을 정리하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해진다.

3개의 장으로 구성된 그녀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우리는 참 행복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 순간에는 미쳐 알지 못했지만, 아침에 눈을 뜨고, 하루를 보내고, 다시 잠자리에 들기까지

소소한 행복 속에서 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놓쳤던 그 순간을 이제는 기억하고 싶다.

책이 마음속에 들어왔던 건 곳곳에 보이는 저자의 그림 때문이기도 하다.

디자인을 전공한 저자의 솜씨가 글과 잘 어우러진다.

내가 갖지 못한 것들에 동경하며 행복을 좇기보다는

내가 가진 것, 내 안에 담긴 감정, 온전히 나에게서 행복을 찾아본다.

나에게 집중하고 내 안의 이야기를 고스란히 듣는 시간들이 모여 진짜 '나'를 찾게 될 순간을 기대해본다.

작별 인사를 나누지 않고 서서히 멀어지는 일도 이별이라 부른다면

그동안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이별을 반복했다.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이별을 하게 될지 모르겠지만

그게 서로의 마음을 해치지 않는 자연스러운 이별이기를 바란다.

<자연스러운 이별>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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