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도 사와무라 씨 댁은 참 평화롭다.
처음 사와무라 씨 시리즈를 읽을 때만 해도 나와는 관련이 없는 타인의 소소한 일상을 엿보는 것 같았다.
하지만 한해 두해 나이를 먹고 내 나이가 딸 히토미와 비슷해져 가면서
단란한 가족의 이야기가 어느새 내 일상이 되어가고 있다.
이번 시리즈는 아빠, 엄마, 딸로 이루어진 사와무라 씨 가족의 작은 이벤트를 이야기한다.
하루가 점점 짧아진다 느끼는 건 나뿐만이 아닌가 보다.
눈 깜짝할 새에 하루가 지나고 정신 차리고 보면 어느새 일주일이 훌쩍 지나간다.
그래서 우리는 일상의 작은 행복을 그냥 지나치게 되는 건지도 모른다.
정년퇴직 후 집에서 시간을 보내던 시로 씨와 노리에 씨는 모처럼 홋카이도의 하코다테로
둘만의 여행을 떠난다. 시장에서 오징어 낚시도 하고 사진도 찍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던 부부는
문득 쓸쓸한 기분을 느낀다. 지나온 시간에 비해 앞으로 남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느꼈기 때문이다. 100세 시대라지만 70년을 살아오면서 앞으로 남겨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아쉬워하는 부부의 모습을 보니 부모님 모습이 겹쳐 보인다.
히토미 씨도 나 홀로 오키나와 여행을 떠났다.
혼자 살았던 경험이 전무한 히토미 씨를 보면 마치 나를 보는 듯하다.
이번 여행에서 히토미 씨는 발 닿는 대로 걸어 다니고 우연히 마주친 극장에서
영화도 보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여행을 즐긴다. 언제부턴가 내 여행 스타일도 이렇게 바뀌고 있다.
어릴 땐 1분 1초 단위로 계획을 세우고 그 계획을 지키기 위해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돌아다니는,
여행이라기보다는 극기 훈련에 가까운 시간을 보내곤 했다.
점점 나이를 먹으면서 계획도 없이, 그저 내키는 대로, 발 닿는 대로 다니며 마음의 피로를 풀고 있다.
히토미의 평범하고 소박한 일상을 지켜보며 그녀가 갖고 있는 고민에서 동질감을 느낀다.
가끔씩 떠나는 여행은 삶에 큰 활력을 준다. 평범한 사와무라 씨 가족의 모습에서
잠시 숨을 돌리며 하루를 돌이켜 본다.
너무나도 익숙해서 잊고 지내는 오늘 이 순간의 소중함을 새삼스레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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