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흘러넘쳐도 좋아요 - 혼자여서 즐거운 밤의 밑줄사용법
백영옥 지음 / arte(아르테)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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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인상은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에세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출근길 지하철에서 책을 꺼내 들었다.
목차에 따라 한 장 두 장 책장을 넘기면서 크게 실수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읽으면서 코끝이 찡해지고 두 눈에 눈물이 맺히기 시작했다.
큰일 났다. 출근길 지하철에서 못 볼 꼴을 보이기 일보 직전이었다.
소제목을 따라 하나씩 읽으면서 내 안에서 울컥하는 마음이 일어났다.
별거 아닌 이야기에도 눈물이 났다.
힘들고 아팠던 지난날의 나를 만나고 있는 것만 같았다.
그리고 그런 나에게 이 책은 "고생했어, 이제 괜찮아"라는 위로의 말을 전해준다. 지금까지 살아온 내게 필요했던 건 어쩌면 진심이 담긴 말 한마디가 아니었을까.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듣고 싶었던 말을 들은 듯한 기분이었다.
이 책에는 내 모습이 많이 등장한다. 마치 내 모습을 관찰 카메라로 들여다본 듯하다. 
관계에 지쳐 홀로 있기를 자처했지만 문득 찾아오는 외로움에 어느새 SNS에 빠져 있는 나. 가끔씩 찾아오는 선택 장애에 누군가 처방을 내려주길 기다리는 나. 꼬리를 물고 늘어나는 걱정에 혼자 스트레스받는 나.
나를 위로해주고 안아주는 글에 공감 받고 치유되는 순간이다.
이 책의 또 다른 묘미는 '활자 중독자'이자 '문장 수집가'인 저자가 소개하는 다양한 책이다. 발견하지 못하고 그냥 지나쳤던 책에 저자의 밑줄이 더해져 내게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결국 나는 이 책을 늦은 밤 조용히 작은 스탠드 하나만 켠 채 읽었다.
읽으면서 실컷 울고 지난날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살아온 나를 돌아보았다. 감당하기 힘든 삶의 무게가 넘칠까 내 안에 꾹꾹 담으며 걱정 많은 시간을 보냈지만 지금 이 순간부터는 감당하기 힘들다면 그냥 흘러넘치게 두려 한다. 미련하게 온몸으로 지탱하지 말고 순리대로 흘러가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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