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 그리고 한 인생
피에르 르메트르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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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프랑스의 시골 마을, 시작은 작은 사고였다.
열두 살 소년 앙투안은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고 싶었지만 그의 엄마는 게임이나 하며 집에 있는 것을 못마땅해했다. 엄마의 게임 금지 때문에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게 되고 어린 소년은 홀로 산속에 아지트를 만들며 친구들에게 자랑할 수 있는 날을 기다렸다. 어느 날 옆집 꼬마 레미가 숲속에 있는 그의 아지트를 보게 되었고 그때부터 이 꼬마는 앙투안을 따르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앙투안이 아까는 레미네 강아지가 교통사고를 당하게 되었다. 작고 여린 생명체는 주인에 의해 주인에 의해 완전히 숨통이 끊어지게 된다. 더 이상 숨을 쉬지 않은 어린 생명체를 자루에 넣어 쓰레기 더미에 던져졌을 때, 앙투안은 분노로 가득 차게 된다. 그 분노로 인해 그가 만든 숲속의 아지트는 무참히 파괴되었다. 제어할 수 없는 분노는 사고로 이어진다. 그를 따르던 옆집 꼬마 레미를 죽이고 만 것이다. 두려움에 사로잡힌 앙투안은 시신을 나무 둥치 구멍에 숨긴다.  그리고 집으로 도망쳤다. 작은 손목시계를 잃어버린 채로... 이후 실종수사가 진행되지만 시체는 발견되지 않았고 갑자기 몰아닥친 2번의 태풍으로 마을은 초토화가 되었다. 그렇게 레미의 실종 사건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졌다.
12년이 지난 2011년, 앙투안은 살인을 저질렀다는 비밀을 가슴에 묻은 채 의사가 되어 파리에서 살고 있다. 사랑하는 연인과의 평온했던 일상은 고향을 방문하게 되면서 급격하게 흔들리게 된다. 오랜만에 만난 동창과의 하룻밤 불장난, 잊고 있던 마을 숲속에서 벌어지는 재개발. 그리고 마침네 발현된 어린아이의 유골. 하루하루 살인자로 잡혀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속에서 두려움에 떨고 있는 그에게 하룻밤의 불장난으로 탄생한 어린 생명까지 책임져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12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단 하루도 편치 않은 마음을 갖고 살아간다면 그 삶이 진정하다고 할 수 있을까. 언제 어디서 자신의 범행이 발각될지 모른다는 극한의 두려움 속에서 제정신으로 살아가는 게 가능할까. 앙투안의 살인은 우발적이다. 사람의 목숨을 해친 건 절대 용서받지 못할 일이지만 당시에 사실대로 말했다면 그에 대한 죗값을 치르고 남은 인생을 조금은 편하게 살 수 있지 않았을까. 앙투안이 의지할 수 있는 어른이 있었다면, 그래서 이 가엾은 소년이 제대로 된 인생을 살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시간이 흘러
2015년. 앙투안은 작은 상자를 하나 받게 된다. 진료가 시작되기 전 상자를 열어보았다. 그 속에는 어린 시절 숲에서 잃어버렸던 시계가 들어있다....
한 인간이 절망 속에서 느끼는 여러 감정이 담겨있다. 불안, 공포, 초조, 포기, 절망... 어디서도 희망을 찾을 수 없다. 마지막 작은 상자에서는 소름이 끼칠 정도다. 작가는 나를 주인공의 심리로 안내한다. 그가 쓴 글을 따라가다 보면 나는 어느새 앙투안이 되어 있다. 그가 느끼는 공포와 불안을 고스란히 느낀다. 끊임없이 떠오르는 생각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책이 끝나게 된다. 처음 만난 프랑스 작가지만 한 인간의 심리를 온전히 묘사하는 탁월한 글 솜씨에 빠졌다. 그의 또 다른 작품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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