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패닉의 이적을 기억하는가?
처음 이 작품을 대했을 때 동명이인의 작가가 있는 줄 알았다.
책을 다 읽고 마지막 작가 프로필을 읽으면서 그가 그였다는 사실을 알았다.
패닉의 노랫말이 시적이면서도 직설적이고 많은 뜻을 품고 있으면서도 가끔은 이해하기 힘들고, 그러면서도 가슴 한 구석을 찌르는 뭔가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고, 그래서 참 좋아했는데, 소설 역시 그 느낌에서 많이 벗어나지 않는다.
"활자를 먹는 그림책"은 점차 글자가 사라지고 그림이 헤게모니를 장악하는 현재를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다.
비주얼 세대라는 이름 하에 점차 읽기 보다는 보는 것에 치중하고 있는 현 세대의 독서 문화를 꼬집고 있다.
글로 아무리 설명하고 읽으라고 해도 이해를 못하는 부분이 단 하나의 영상으로 해결되는 시대,
컴퓨터가 발전하고 영상 기기들이 발전하면서, 점차 글은 사라지고 그림만이 남는 시대,
어쩌면 그의 이야기처럼 그림책들이 활자를 다 먹어버려 정말 활자가 없는 책들만이 남게 되지 않을까 싶다.
"제불찰 이야기"는 귀청소를 하는 제불찰의 이야기이다.
자신의 직업에 충실했던 한 사람이 점점 몸이 작아지는 이야기이다.
몸이 작아지면서 사람의 귀에 들어가서 청소를 하기 시작하고, 그러다 우연히 사람들의 꿈이 모여있는 장소에 들어가게 된다.
[존 말코비치 되기]에서 우연히 말코비치의 정신 세계로 들어가는 문을 발견하게 되는 것처럼, 제불찰씨도 다른 사람의 정신 세계로 들어가는 문을 발견하게 된다.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하면서 살아가는가에 대한 호기심이 불러일으킨 이야기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책의 제목처럼 "지문 사냥꾼"이 있다.
사람들에게는 자신만을 나타내는 독특한 특징들이 있다.
그 중에 하나가 바로 지문이다.
현 사회에서 지문은 자신이 이 사회에 있음을 인정해주는 중요한 것이다.
주민등록증의 지문, 혹은 기분나쁘지만 일본에서의 재일교포들이 당하고 있는 지문 인식 등등....
지문은 나를 드러내고 내가 있음을 알려주는 인식이다.
그런데 그 지문이 어느 날 누군가에게 도난당하고, 지문을 도난당한 이조차 사라진다.
이 책은 자신이 하는 일이 모두를 위한 것이며,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 지문 사냥꾼이 자신이 한 일이 무엇이었는가를 깨닫게 되는 과정이다.
그 과정에서 우리의 삶에 중요한 것은 지문이 아닌 누군가로부터의 사랑이며,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임을 보여준다.
이적의 [지문사냥꾼]은 가벼운 이야기들이다.
하지만 그냥 흘려보내기에는 조금은 버거워보인다.
그의 이야기 속에서 지금 우리의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그 모습은 결코 행복한 모습은 아니다.
삶에 행복할 수 있는 지금의 우리는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