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철도 여행의 역사-철도는 시간과

              공간을 어떻게 변화시켰는가?

   지은이 : Wolfgang Schivelbusch

  옮긴이 : 박진희

  출판사 : 궁리(1999)

 

뤼미에르가 처음 영화를 만들었을 때 찍었던 것이 바로 플랫홈으로 들어오는 기차였다. 사람들은 그 영상을 보고 정말 기차가 자신을 향해 돌진하는 줄 알고 놀랐다고 했다. 하지만 그 때 사람들은 기차 자체를 보고 놀랐던 것은 아니다. 다만 영화의 엄청난 힘에 놀란 것이다.

영화보다 먼저 사람들에게 선보인 것은 기차다. 근대 철도의 발명, 그것은 사람들에게 시간과 공간에 대한 의미를 달리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거리를 걸어다녀보자. 간판의 글씨도 잘 보이고, 사람들의 표정도 읽을 수 있고, 가끔은 수다떠는 사람들의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자전거를 타보자. 아까보다는 조금 빠르게, 그래서 간판 글씨도 셋에 하나쯤 놓치게 되고, 사람들의 표정도 잘 보이지 않는다. 이야기는 들을 수 없겠지.
그런데 만약 철도를 탄다고 생각해 보자. 너무 빨라서 철도 주변의 것들은 빠르게 스쳐지나가기만 하고, 사람은 그저 형태만 보일 뿐이다. 이야기는 너무 시끄러운 소리에 묻히기도 하고, 밖의 이야기는 들리지도 않을 것이다.
그러면서 사람들은 점점 자신을 제외한 주변에 무심해지기 시작할 것이다.

근대 철도의 발명은 그런 것이다. 우리에게 공간의 의미를 다르게 생각하도록 만든다. 이제 공간은 내가 서 있는 곳이 아니라 스쳐지나가는 곳이 되고 만다.
더불어 점점 '빠르게 빠르게'를 외쳐대며 살게 될 것이다. 그리고 다른 이들과 즐기며 살기를 포기하고 혼자만의 시간과 공간 속으로 빠져들게 될 것이다.

[철도 여행의 역사]는 19세기에 일어난 가장 혁명적인 사건 중의 하나인 철도의 탄생을 다루고 있다. 어떻게 보면 그저 철도 발명의 역사책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철도의 발명이 사람들의 삶을 어떻게 바꿔 놓았는지, 그리고 현재의 우리의 모습이 어떻게 만들어져가고 있는지, 점점 잊어가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느끼게 해주는 책이다.

아래의 메모는 처음 이 책을 읽었을 때의 내 느낌이다.

"근대 철도가 발명된 뒤 시간과 공간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달라졌다. 너무나 빨라져버린 교통수단을 통해 특히 공간은 이제 머무는 곳이 아니라 지나쳐가는, 순간적인 곳이 되어 버렸다. 그것을 통해 사람들의 의식이 변화되었고, 근대 문화의 발전 역시 시간의 문제와 공간의 문제로 엮어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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