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뗏목
주제 사라마구 지음, 정영목 옮김 / 해냄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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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심심해서 나뭇가지로 바닥에 금을 그었다. 그러자 백두산이 갈라지면서 대륙으로부터 떨어져 나가기 시작한다. 사람들은 극도의 불안에 휩싸이고, 남북의 군사적 및 이념적 대립은 한순간에 무너져 삶에 대한 강렬한 열정과 무기력한 포기가 흘러넘친다. 조금씩 밀려나가던 한반도가 일본 열도와 부딪치려는 절대 절명의 순간, 방향이 바뀐 해류로 인해 충돌의 위기는 면하고 끝도 없는 태평양으로의 표류가 시작된다.....

소설 [돌뗏목]을 읽다보면 이런 상상을 하게 된다. 아주 사소하고 우연한 계기들이 거대한 사건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고, 이베리아 반도가 유럽 대륙으로부터 떨어져나가 표류하듯, 이 땅도 아시아 대륙으로부터 떨어져나갈 지도 모른다는, 그런 상상을 말이다. 예상치 못했던 원인들을 제공하고, 그 원인에서 출발한 사건들은 인간의 삶 전체를 뒤흔드는 심각한 결과들을 낳는다. 그 속에서 무기력하지만 어찌되었든 해결을 하고자 하는 인간의 의지가 엿보인다.

사라마구의 소설이 갖는 현실에 대한 지독한 비판력과 이상에 대한 강렬한 상상력은 처음 몇 장은 지루한듯 눈을 피곤하게 하지만, 결국에는 그의 이야기에 빠져들어 마지막장을 넘길 때까지 눈을 때지 못하게 만드는, 마력을 가지고 있다. 그 마력은 우리를 끌어들여, 지중해와 대서양으로 표류하는 이베리아 반도처럼 거대한 돌뗏목 위에서 숨쉬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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