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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본 쟁탈전
주제 사라마구 지음, 김승욱 옮김 / 해냄 / 2007년 1월
평점 :
품절
사람들은 누군가가 쌓아놓은 세상 속에서 생각하고 말하고 살아간다.
그 세상이 제대로 된 것인지 아닌지 확인하는 것을 귀찮아하고
남들도 다 그렇게 생각하니 나도 그래도 된다고 생각한다.
라이문두 실바는 매번 의심하고 확인한다.
누군가의 생각을, 누군가의 말을, 누군가의 생활을...
하지만 세상 사람들은 결코 라이문두 실바가 아니다.
그냥 세상의 테두리 내에서 살고 싶어한다.
소설 [리스본 쟁탈전]은 역사 이야기도 사랑 이야기도 아니다.
겉으로 표방하는 것은 포르투갈의 역사이며 실바와 마리아의 로맨스이지만,
그 내면에 자리하고 있는 것은 우리가 의식하지 못한 채 빠져 있는 우상들의 파괴를 그 목적으로 한다.
부정어인 no를 쓰느냐 쓰지 않느냐는 언어가 가져오는 불합리, 사람들의 고정된 관념이 가져오는 편협성으로부터 자신을 구원해줄 수 있는 선택이 된다.
그 선택에서 실바는 과감히 no를 선택했고, 그로 인해 포르투갈의 역사도, 벽돌처럼 굳어져 버린 사생활도 그 틀을 깨고 변화의 물결을 타게 되는 것이다.
사라마구의 소설은 단지 소설이 아니다.
그의 소설은 시대가 안고 있는 문제의 핵심을 은유적으로 담고 있으면서도 직접적으로 파괴하려는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사람들로 하여금 끊임없이 생각하게 만든다.
이 소설이 우리로 하여금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두터운 우상의 벽들을 깨는 도구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