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각의 계절
권여선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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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각의 계절

: 권여선

출판사: 문학동네 출판일: 202357

 

2018년에 순전히 소설의 제목만 보고, 그의 소설 안녕 주정뱅이를 읽었다. 스스로 술 좋아하는 주정뱅이라고 자신을 생각해오고 있었으니까. 여전히 이 소설은 내 책장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의 산문집 오늘 뭐 먹지?’를 읽으며 술을 좋아하는 사람의 공감대랄까? 참 그것이 뭐라고 딱히 자세하게 설명하기는 힘들지만, 마음에 와닿았다고 해야 하나.

2020년에 다시 그의 소설 아직 멀었다는 말을 읽고, 잊은 듯싶었는데 그의 신간을 맞이했다. 생각할 것도 없었다. 바로 책을 주문하고, 그의 단편들이 모인 이 책을 신줏단지 모시듯 소중하게 대하며 읽어 내려간다. 내가 권여선이라는 작가를 좋아하는 것은 기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그 공감이라는 부분은 크다. 그래서 그가 최근에 쓴 글이 모여 나올 때 무척이나 궁금하다.

나와는 그 세대가 다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공감을 못 할 정도로 먼 것은 아니었다. 생각해보면, 나 역시 기성세대가 되고 현재보다는 과거를 되돌아보는 시간이 많아졌다. 그 정도로 나 역시 나이가 들었다는 이야기가 될 것이다. 그래서 이 조금은 아니 많이 쓸쓸한 그의 서사를 들어보니 깊은 생각에 빠지게 되었다.

아무래도 어른이 되었다고 생각한 그 시작은 대학교를 입학한 이후가 아닐까? 중고등학교에서 자기 스스로 무엇인가를 결정할 수 있는 것들이 한참이나 요원하지 않았던가. 그렇지만, 대학교 캠퍼스의 뭔가 설명할 수 없는 해방감은 자기 자신을 뭔가 책임감을 느끼고 있는 어른이라고 생각하게 했던 것 같다. 그렇지만 나는 안다. 나 자신이 얼마나 미숙했는지 말이다.

그때 만났던 사람들은 지금 무엇을 할까? 내 인생의 한순간에 그렇게도 진지한 이야기를 밤새 나누며 술을 마셨던 그 선후배들은 지금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사실 우정이라든지 사랑이라든지 하는 그 심각했던 감정들은 나이가 들어가고 현실에 적응하다 보면, 어느새 마음에 희미한 자국만 남길 뿐이다. 사람이 그렇게 가벼운 것인가? 나만 그런 것일까?

어느 한적한 저녁에 홀로 책을 읽다가, 갑작스럽게 좋은 감정을 가지고 만났던 사람이 떠올랐다. 어렴풋이 기억나는 그 기억을 붙잡으려고 해도 이미 흔적도 거의 남지 않았다. 상대방이 했던 말도 심지어 그 상대방의 이름조차도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 오기가 났는지 나는 계속해서 그 이름을 기억하기 위해서 노력했다. 나중에 기억을 되돌려 겨우 그 이름을 떠올렸다.

그렇지만, 무엇인가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이 북받쳐 올랐다. 나는 어떻게 살아가고 있었던 것인가? 시간으로만 내 망각을 설명하기는 어려웠다. 그저, 사람은 그렇게 한정된 기억을 가지고 살아가는 부족한 존재라는 것만으로도 나를 위로하기는 어려웠다. 그것은 어쩌면 스스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 것들을 버리고 만 것 같단 생각에 빠져들었다.

그러한 흔적은 비로소 우리가 치열한 삶의 한 가운데서 욕망을 버릴 때 떠올려지는 것 같다. 윤회라는 것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나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이전의 내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상황이라면 윤회라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 결국 나 자신의 정체성이 영원히 사라지는 것은 마찬가지니까. 그것은 물리적인 육체의 재탄생과는 다른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유한한 삶의 기억만을 가지고 살아가는 한정된 존재일 뿐이다. 그래서 더 이상 그 의미를 종교에서 정치에서 찾을 수 없을 것이다. 그가 쓴 소설을 읽으며 표현할 수 없는 적막감과 상실감을 느꼈다. 그가 가지는 이 감정이 내가 가지고 있는 감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다 읽고, 문득 잘 기억도 나지 않는 그 어느 순간이 그리워졌다. 그렇지만 그것이 감정에 과도하게 몰두하였다는 말은 아니다.

어쩌면 지금의 나라는 존재의 유래에 관해서 단지 탐구하고 싶었을지도 모르겠다. 그 탐구를 통해서 나 자신의 기억을 돌아보며, 앞으로 인생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고 싶었던 것일까? 문득, 그와 허름한 포장마차에 앉아서 소주잔을 기울이며 이야기하고 싶어진다. 그 이야기가 비록 심오하지 않더라도 재미있지 않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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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를 해낸다는 것 - 당신을 실패자로 규정짓는 편견에 맞서다
최재천 지음 / 민음인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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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를 해낸다는 것

당신을 실패자로 규정하는 편견에 맞서다

저: 최재천 

출판사: 민음인 출판일: 2022년 7월29일 


변호사이고 17대 및 19개 국회의원을 지낸 최재천이 쓴 책이다. 동물행동학을 전문적으로 연구한 생물학자 최재천 교수와 동명이인이다. 사실 이 책을 읽으려고 한 계기 중 하나는 이 책이 생물학자인 최재천 교수가 쓴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전에 읽었던 ‘공부’라든지 에드워드 월슨의 ‘통섭 : 지식의 대통합’을 인상 깊게 읽었었고, 그가 실패와 관련된 이야기를 한다니 관심을 가졌다. 

하지만 이로 인한 잠깐의 당황스러움은 곧 사라졌다. 실패에 관한 이야기는 어쩌면 한번은 누군가든 화제로 꺼내 볼 법한 일이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는 실패라는 이야기를 잘하려고 하지 않으니까. 

어느 순간부터 우리는 실패를 용인하지 않게 되었는가? 식민지 시대와 산업화 시대를 거치면서 우리는 급격하게 발전했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리더가 등장했다. 이들은 대기업 집단을 일궈 세계적인 회사가 되었다. 패스트 팔로워 전략은 어느 정도 주효해서, 빠른 속도로 세계 시장을 장악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이들은 실패를 반복했다. 이들 리더의 이야기는 현재에도 감명을 주기에 충분하다.

이후 정보통신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서 새로운 산업이 등장하고, 게임과 플랫폼 관련 기업을 창업한 소수가 막대한 부를 거머쥐었다. 그렇지만, 이미 새로운 세계의 안착은 이전과 같이 활발한 창업과 도전이 이뤄지지는 않는 것 같다. 그것이 우리 사회 전반적으로 퍼진 실패에 대해서 용인하지 않는 분위기 때문인지 아니면 이제 사회적으로 그러한 프린티어의 시대는 지나갔기 때문일지 모르겠다. 

저자의 말에 사실 공감되는 부분도 있고, 동의하지 못했던 부분도 있었다. 저자는 누군가 실패했다고 해서 그를 패배자로 규정하는 한국 사회의 편견을 언급했다. 그렇지만 내가 보기에는 누군가를 패배자로 규정하는 것 자체도 타인에 관한 관심을 가졌을 때 가능하다. 하지만 오늘날 한국 사회의 모습을 제대로 본다면 어떨까? 우리는 같은 공간에 있지만, 전혀 공감하지 않는 수없이 분열된 공동체의 집합 속에서 집단주의에 빠져 살아간다. 

실패를 사회적 시스템의 문제로 환원하고 한편으로는 개인의 미진한 노력에 대한 비판으로 마무리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보다 근원적인 문제의 원인은 무엇일까 생각해보았다. 원인을 그저 나쁜 제도와 게으른 개인에게 돌리는 것은 제대로 된 처방전을 위해서는 그다지 유용하지 않다는 결론이다. 

아마도 관심 있게 들여다볼 지점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희미한 공동체적 의식을 회복하는 것이 아닐까? 실패를 두려워하는 것은 그 결과를 오롯이 개인이 감당해야 하는 것이 문제일 것이다. 그 결과만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의 노력과 앞으로의 비전을 함께 들여다보면, 그것이 단순한 나태함의 결과물인지를 금방 알 수 있다. 

결국 타인에 관한 관심과 실패에 대한 관대한 공감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적어도 같이 살아가는 사회 구성원에 관한 관심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그것은 단순한 위로의 말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실패를 통해서 교훈을 얻고 다음 기회를 차분히 얻을 수 있는 과정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사회적 공동체의 공감과 관용이 전반적으로 통용되어야만 실패를 용인하고 다시 시작할 용기를 줄 수 있을 것이다. 오늘날 MZ세대는 왜 결혼과 출산을 기피할까? 물론 누군가의 배우자와 부모라는 짐을 지기 싫고, 나라는 정체성을 지키며 살아가고 싶은 것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그렇지만, 배우자와 자식을 얻는 기쁨이 고통만을 주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그들도 안다. 

육아와 교육에 필요한 수많은 비용뿐만 아니라, 결혼해서 출산한다는 것은 비혼을 통해서 얻는 경제적 여유와 성공의 가능성을 그만큼 감소시키기 때문은 아닐까? 노후 준비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자식의 명문대 입시를 위해서 수많은 돈과 시간을 투자하는 부모의 모습은 실패하면 안 된다는 강박증이 만들어낸다. 

그렇다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명백하다. 그것은 공동체 의식, 사회적 약자에 대한 연대 의식의 회복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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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의사 TOMY가 알려주는 1초 만에 고민이 사라지는 말 - 일, 생활, 연애, 인간관계, 돈 고민에 대한 마음 치료제
정신과 의사 TOMY 지음, 이선미 옮김 / 리텍콘텐츠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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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의사 Tomy가 알려주는

1초 만에 고민이 사라지는 말

, 생활, 연애, 인간관계, , 고민에 대한 마음 치료제

: 정신과 의사 Tomy : 이선미

출판사: 리텍컨텐츠 출판일: 202373

 

일본의 정신과 의사인 Tomy38만 명의 팔로위를 가지고 있는 트위터 인플루언서이며, TV와 라디오 등에도 자주 출연한다고 한다. 그런데 그 자리에서 복면하고 출연한다고 하나. 국내 유튜브에서도 가면을 쓰고 콘텐츠를 만드는 분들이 여럿 있어서 그 모습을 조금 상상했다. 일본에서 활동하시는 분이기 때문에 유명세는 잘 알 수 없고, 직업의 특성상, 사람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지혜로운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봤다.

요즘은 궁금한 점이 있으면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면 바로 알 수 있다. 저자의 트위터 계정을 찾아보니 @PdoctorTomy를 쉽게 찾았다. 아무래도 인기가 있는 인플루언서이다보니 검색도 어렵지는 않았던 것 같다. 1초만에 고민이 사라지는 말이라는 같은 일본어 제목의 책을 들고 찍은 그의 복면을 쓴 모습도 찾았다. 531일에 그의 최신작인 ‘40대를 후회 없이 사는 말이라는 책이 눈에 띄었다.

책을 읽기도 전에 꽤 분주하게 저자에 대해서 찾아본 것 같다. 그가 자신을 캐릭터화한 모습은 문득 오쿠다 히데오의 괴짜 의사 이라부 이치로를 떠올린다. 물론, 크게 다르겠지만. 하지만, 오늘날 현대인들이 겉으로는 멀쩡하게 살아가는 것처럼 보여도 내면으로는 많은 상처가 있고, 그래서 어쩌면 우리는 이라부와 같은 괴짜 의사를 기다릴지도 모를까 싶었다.

이 책은 복잡하고 어렵게 써지지는 않았다. 간략하게 가끔은 만화도 삽입해서 지루하지 않다. 그렇지만 이 책이 진지하게 어려운 말만 내뱉는 책보다 진정성이 떨어진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 각자는 세상을 전혀 다른 시각으로 살아가고, 부딪친다. 그것을 일반화시킨다는 것은 애초 불가능한 일인 것처럼 생각된다.

그렇지만 간단하게 우리 인생의 희로애락을 생각해보면, 꼭 그렇게만 생각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사실, 그 내용과 깊이는 다르더라도 어차피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에서 맞닿는 일들은 대부분은 비슷한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다. 그건 이 책의 부제에서도 이미 밝힌 것처럼 일, 생활, 연애, 인간관계, 돈과 같은 것들이다.

이 책을 읽으며 맞이하는 첫 만화, 정답이 없는 일을 고민하는 것에 관한 이야기는 꽤 공감이 간다. 직장생활과 인간관계 속에서 가끔 나는 생각을 아무리 해도 적당한 해결책을 찾을 수 없어서 고민하는 일이 잦았다. 한숨을 쉬고, 걱정을 되풀이하지만 해결되는 것은 없었다. 저자가 조언한 것처럼, 고민이 너무 깊으면 해결책이 머릿속에서 떠올려지지 않는다. 그럴 때는 과감하게 잊어버리고 쉬는 것이 낫다. 휴식이라는 여유 속에서 번뜩이는 해결책이 떠오르기도 하고 적어도 지혜롭게 이겨갈 길을 냉정하게 생각해볼 수 있다.

인생은 나를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이라는 저자의 말도 곰곰이 생각해봤다. 자기 자신을 움직여서 무엇인가를 이루는 과정. 그것은 자기 자신과의 일이니, 남과 비교할 것도 없다. 다만, 그것인 스스로를 만족시킬 수 있는가는 물어야겠지만.

다른 사람과의 관계는 스스로 조정할 수 있다는 조언도 기억에 남는다. 우리는 사람과의 관계를 통해서 즐거움과 행복을 느끼지만, 반대로 그 관계로 인해서 상처받고 괴로워할 수도 있다. 그런 관계를 맺어올 사이라면, 굳이 무리해서 그 관계를 유지하려고 하지 말자. 조금은 거리감을 두고서 쉬어가는 것이 상대방도 나 자신도 좋을 것이다.

포기하는 요령은 바로 목표를 이룬 후의 자신을 구체적으로 상상하는 것이라는 말도 기억에 남는다. 생각해보면, 대학원에서 공부하면서 직장생활을 병행하는 것이 조금 힘들었는데, 그때마다 제대로 된 논문을 쓴 이후의 내 모습을 상상했던 것 같다. 결과적으로 무사히 논문을 썼던 기억이 아직도 남아있다.

이 책은 편안하게 읽을 수 있다. 어렵지 않고, 편안하게 써졌다. 처음부터 끝까지 차례대로 읽지 않아도 된다. 목차를 더듬어 읽어보다가 관심이 가는 부분만 읽어도 된다. 문득, 이전에는 누군가에게 조언을 구하고 상담을 하는 것이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는 수많은 사람에게 둘러싸여 있지만 진작 내 마음의 어려운 감정을 보듬어줄 말을 할 상대는 적다.

이 책의 글들이 누군가의 말보다 더 낫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고민되었던 일들에 대해서 다른 관점에서 생각하고 그로 인해서 보다 현명한 판단과 마음의 평정을 얻는데 도움은 될 것으로 생각한다. 한번 읽어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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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성 - 죽을 만큼, 죽일 만큼 서로를 사랑했던 엄마와 딸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진환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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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성

죽을 만큼 죽일 만큼 서로를 사랑했던 엄마와 딸

: 미나토 가나에 역: 김진환

출판사: 리드리드 출판 출판일: 2023615

 

다양한 일본소설이 번역, 출간되고 있는데, 국내 소설은 해외에서 어떻게 소개되고 있을까 궁금하기도 하다. 국내 출판시장보다 일본시장은 꽤 크고, 장르도 다양한 것 같다. 권여선이라든지 김영하와 같은 훌륭한 국내 소설가가 떠오르지만, 추리소설과 같은 장르에서는 서미애를 빼고는 딱히 기억이 나지가 않는다. 하지만 우연히 접한 여러 일본 추리소설은 다양한 작가들이 정력적으로 활동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양한 장르의 소설은 다시 만화라든지 영화로 재탄생된다. 이 소설도 토다 에리카와 나가노 메이 주연의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국내에서 제작된 영화 중에서도 일본 추리소설을 원작으로 하여 제작된 사례도 존재한다. 김민희, 이선균 주연의 화차는 유명한 일본 소설가인 미야베 미유키의 동명 소설을 토대로 만들어졌다.

순수문학만이 아니라 SF소설이라든지 추리소설이라든지 하는 다양한 장르의 존재는 이야기를 풍성하게 만든다고 할 수 있다. 어쩌면 우리보다 훨씬 다양한 문화적 스펙트럼을 가진 일본이라는 나라의 저력은 단순히 애니메이션 혹은 에로 장르 등으로 단순화할 수는 없다. 하기야, 천황이라는 존재가 여전히 건재하면서도 공산당이 활동하는 나라가 아닌가?

추리소설이 단순히 전형화된 범죄를 주제로 하는 것만은 아니다. 다양한 현대의 상황을 모티브로 해서 만들어지기도 한다. 사가 아키라의 스마트폰을 떨어드렸을 뿐인데이 그러한 예인데, 오늘날 흔하게 발생할 법한 사건이라고도 할 수 있다. 넷플릭스에서 비슷한 제목의 영상물을 본 적이 있는데, 이 소설을 원작으로 했을지도 모르겠다.

이 소설이 흥미로운 지점은 모성이라는 우리가 흔히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그 어머니의 자식에 대한 사랑에 대한 가치에 관해서 묻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인척간에 발생하는 잔인한 사건 사고를 뉴스나 신문에서 접할 때면 부모와 자식 간의 사랑이라든지 모성이라든지 하는 것에 대해서 회의하게도 만든다.

이 소설을 읽으며 나는 가족의 개념이라든지 하는 것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본다. 우리가 통념적으로 당연하다고 생각한 그 인간적 본능 혹은 감정이라는 것들이 사실 사회적 위계 구조에 의해서 강제되고 이식된 것은 아닐까 생각된 것이다. 어쩌면 그러한 사회적 구조는 집단생활을 하는 인간이 이른바 질서라는 것을 부여하고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어떤 강력한 힘의 원천이 아니었을까?

대한민국이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0.78)을 기록하고, 성장의 동력을 잃고 이제는 국가의 소멸까지도 우려하는 단계가 되었다는 점에 주목한다. 가족의 대를 이어간다는 통념은 어느덧 사라졌다. 자식을 양육하는 것보다, 부모가 되는 것보다 젊은 세대는 자기 자신의 행복을 우선한다. 사실, 이러한 가치관의 변화는 가정을 이루고서는 더는 제대로 된 삶을 살아갈 수 없다는 절박함에 기인한다.

남녀가 분열하고,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를 서로를 탐욕하다고 책임감이 없다고 몰아세운다. 우리는 같은 사회에서 살고 있지만, 하나의 세포로 분열된 각자의 영역에서 살아가는 배타적 집단의 구성체가 되었다. 사실 이 소설을 읽고서 이런 생각까지 나아간다는 것은 좀 많이 빗나간 것이 될 것 같기는 하다.

모성으로 대표되는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감정은 이제 세상의 변화에 맞춰, 크게 달라지고 있다고 봐야겠다. 아니 어쩌면 그것은 말 그대로 아이를 출산한다고 전부 엄마가 된다고 할 수 없으며, 모성이 반드시 모든 사람이 가지고 있다고 단언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재확인한 것에 불과할 수도 있다. 어쩌면 이 일본 추리소설은 우리에게 간단한 질문을 던지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시간이 된다면 천천히 한 페이지씩 넘기면서 읽어봐도 좋을 것 같다. 문득, 지은이인 미나토 가나에의 다른 소설도 한번 읽어보고도 싶다. 그러한 탐구는 언제나 흥미로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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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불변의 법칙 - 어떤 하락장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장지웅 지음 / 여의도책방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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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어떤 하락장에서도 남아남을 수 있는

시장 불변의 법칙

(The 24 Immutable Laws of Market)

: 장지웅

출판사: 여의도 책방 출판일: 2023513

 

코로나로 인한 경기침체에 대응하고자 하는 각국 정부의 노력은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유동성 과잉을 동반했다. 제한 없이 공급된 막대한 달러화는 자산 가치의 급등을 가져왔다. 유동서의 공급이 경기침체를 위해서는 필요한 처방전처럼 생각되었다. 2008년 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로 촉발된 경제위기도 그러한 방식으로 해결되었으므로 막대한 유동성 공급에도 불구하고 낙관론이 지배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번 유동성 공급은 몇십 년 동안 찾아볼 수 없었던 인플레이션을 촉발했다. 가파르게 상승한 물가는 각국 중앙은행과 정부를 당혹스럽게 했음이 분명하다. 물론 엄청난 유동성이 시장에 공급되었다고 하더라도, 왜 지금 이러한 상황이 발생한 것인가? 개인적으로 생각해본다면, 과거와 지금이 다른 것은 단 하나라고 생각되었다. 그것은 중국이 아닐까?

물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상황, 에너지 특히 천연가스와 원유에서의 공급자로서의 러시아의 위치, 세계 곡물 시장에서의 우크라이나의 위치가 시장에 막대한 영향을 준 것은 사실일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전 세계적으로 디플레이션을 수출한 중국이라는 거대한 존재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값싼 노동력을 제공하는 젊은 중국의 노동력이 사라졌다면 어떨 것인가?

사실 우리는 메이드 인 차이나에 중독되어 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값싼 중국의 거대한 노동력이 제공한 수많은 공산품을 생각해보면, 그 답이 나올 것 같다. 하지만, 중국이 더는 해외업체에 매력적인 투자처가 아니게 되었고, 더는 중국이 전 세계의 제조공장의 역할을 못 하게 되어간다면 어떨 것인가?

사실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이 중요한 것은 다름 아닌 돈의 값어치, 금리 때문이다. 금리는 우리 경제의 여러 메커니즘에서 매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금리를 통해서 시장의 유동성이 조정되며, 이로 인해서 물리적 수요 및 공급에 대해서 영향력을 미친다. 급격한 금리의 인상을 단순하게 생각한다면, 은행으로부터 받는 이자율이 주식투자를 통한 투자수익보다 높다면 누가 주식에 투자할 것인가?

9%에 달하는 물가 상승률이 6%로 낮아져 곧 인플레이션이 잡힐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전 30년간의 시대와 앞으로의 시대는 전혀 다를 것이다. 이 말은 이전과 같은 낮은 물가는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인도는 중국을 대체하지 못할 것으로 보이니 말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지금부터 장기 침체의 고통스러운 터널에 진입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가 자신의 통찰력을 발휘해서 글을 쓴 것처럼, 이러한 하락장에서도 우리가 투자를 통해서 이익을 낼 수 있는 지점은 있을 것이다. 주식투자는 어쩌면 개인이 손쉽게 할 수 있는 투자방식일 것이나, 이익을 내기는 상당히 어렵다. 대부분 투자자는 주식투자가 아니라 주식 트레이딩을 하기 때문이다. 낮은 가격에 사서 높은 가격에 판다. 이런 것은 초등학생도 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쉽지 않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공감한 부분은 최대주주가 바라보는 시장의 미래라는 점이다. 역지사지. , 만약 주식이라고 한다면, 그 회사의 최대주주 처지에서는 어떨 것인가? 그러한 관점에서 기업의 활동을 바라본다면 통찰력을 얻을 기회가 있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주식투자는 하고 있지 않지만, 하게 된다면 저자의 조언이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기업과 관련된 여러 변화가 정말로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다양한 각도에서 고려해볼 수 있을 것 같아서다.

흥미로웠던 것은 국내 주식시장의 변동은 이제는 국내에 의존하지 않는다는 것. 오히려 수출과 교역대상국의 상황에 더 많은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그렇다면 이는 환율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고, 또한 그렇다면 금리에도 영향을 받는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전문 투자자들이 미 국채라든지 금의 가격 변동 등에 크게 관심을 가진 것이 아닐까?

근래에 있었던 책 중에서 꽤 흥미로운 책이며,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일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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