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를 해낸다는 것 - 당신을 실패자로 규정짓는 편견에 맞서다
최재천 지음 / 민음인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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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를 해낸다는 것

당신을 실패자로 규정하는 편견에 맞서다

저: 최재천 

출판사: 민음인 출판일: 2022년 7월29일 


변호사이고 17대 및 19개 국회의원을 지낸 최재천이 쓴 책이다. 동물행동학을 전문적으로 연구한 생물학자 최재천 교수와 동명이인이다. 사실 이 책을 읽으려고 한 계기 중 하나는 이 책이 생물학자인 최재천 교수가 쓴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전에 읽었던 ‘공부’라든지 에드워드 월슨의 ‘통섭 : 지식의 대통합’을 인상 깊게 읽었었고, 그가 실패와 관련된 이야기를 한다니 관심을 가졌다. 

하지만 이로 인한 잠깐의 당황스러움은 곧 사라졌다. 실패에 관한 이야기는 어쩌면 한번은 누군가든 화제로 꺼내 볼 법한 일이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는 실패라는 이야기를 잘하려고 하지 않으니까. 

어느 순간부터 우리는 실패를 용인하지 않게 되었는가? 식민지 시대와 산업화 시대를 거치면서 우리는 급격하게 발전했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리더가 등장했다. 이들은 대기업 집단을 일궈 세계적인 회사가 되었다. 패스트 팔로워 전략은 어느 정도 주효해서, 빠른 속도로 세계 시장을 장악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이들은 실패를 반복했다. 이들 리더의 이야기는 현재에도 감명을 주기에 충분하다.

이후 정보통신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서 새로운 산업이 등장하고, 게임과 플랫폼 관련 기업을 창업한 소수가 막대한 부를 거머쥐었다. 그렇지만, 이미 새로운 세계의 안착은 이전과 같이 활발한 창업과 도전이 이뤄지지는 않는 것 같다. 그것이 우리 사회 전반적으로 퍼진 실패에 대해서 용인하지 않는 분위기 때문인지 아니면 이제 사회적으로 그러한 프린티어의 시대는 지나갔기 때문일지 모르겠다. 

저자의 말에 사실 공감되는 부분도 있고, 동의하지 못했던 부분도 있었다. 저자는 누군가 실패했다고 해서 그를 패배자로 규정하는 한국 사회의 편견을 언급했다. 그렇지만 내가 보기에는 누군가를 패배자로 규정하는 것 자체도 타인에 관한 관심을 가졌을 때 가능하다. 하지만 오늘날 한국 사회의 모습을 제대로 본다면 어떨까? 우리는 같은 공간에 있지만, 전혀 공감하지 않는 수없이 분열된 공동체의 집합 속에서 집단주의에 빠져 살아간다. 

실패를 사회적 시스템의 문제로 환원하고 한편으로는 개인의 미진한 노력에 대한 비판으로 마무리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보다 근원적인 문제의 원인은 무엇일까 생각해보았다. 원인을 그저 나쁜 제도와 게으른 개인에게 돌리는 것은 제대로 된 처방전을 위해서는 그다지 유용하지 않다는 결론이다. 

아마도 관심 있게 들여다볼 지점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희미한 공동체적 의식을 회복하는 것이 아닐까? 실패를 두려워하는 것은 그 결과를 오롯이 개인이 감당해야 하는 것이 문제일 것이다. 그 결과만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의 노력과 앞으로의 비전을 함께 들여다보면, 그것이 단순한 나태함의 결과물인지를 금방 알 수 있다. 

결국 타인에 관한 관심과 실패에 대한 관대한 공감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적어도 같이 살아가는 사회 구성원에 관한 관심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그것은 단순한 위로의 말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실패를 통해서 교훈을 얻고 다음 기회를 차분히 얻을 수 있는 과정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사회적 공동체의 공감과 관용이 전반적으로 통용되어야만 실패를 용인하고 다시 시작할 용기를 줄 수 있을 것이다. 오늘날 MZ세대는 왜 결혼과 출산을 기피할까? 물론 누군가의 배우자와 부모라는 짐을 지기 싫고, 나라는 정체성을 지키며 살아가고 싶은 것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그렇지만, 배우자와 자식을 얻는 기쁨이 고통만을 주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그들도 안다. 

육아와 교육에 필요한 수많은 비용뿐만 아니라, 결혼해서 출산한다는 것은 비혼을 통해서 얻는 경제적 여유와 성공의 가능성을 그만큼 감소시키기 때문은 아닐까? 노후 준비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자식의 명문대 입시를 위해서 수많은 돈과 시간을 투자하는 부모의 모습은 실패하면 안 된다는 강박증이 만들어낸다. 

그렇다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명백하다. 그것은 공동체 의식, 사회적 약자에 대한 연대 의식의 회복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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